카카오는 다음 달 1일 사내 전자상거래 사업을 분사해 카카오커머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내에 있는 선물하기, 카카오톡 스토어와 다음 쇼핑 등 카카오의 모든 전자상거래 사업을 전담한다. 이달 중순까지 분사 대상 직원들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아 분사 인력 규모 등을 최종 확정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분사를 통해 조직을 효율화하고, 외부 투자 자금을 유치해 빠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손자(孫子) 회사로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라인게임즈는 지난달 말 사모펀드(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1억1000만달러(124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메신저 서비스 자회사 라인의 게임 사업을 따로 떼어내 지난 8월 설립됐다. 라인게임즈는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일본·대만·동남아 등 해외로 게임 유통 사업을 확장하고, 신작 게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내 양대(兩大)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카카오가 올 들어 전자상거래·게임·간편결제 등 주요 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육성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직의 규모를 줄여 빠른 의사 결정 구조와 특정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대규모 투자 자금 유치를 통해 단시일 내에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새로 설립된 두 회사 노조에서도 "분사 과정에서 직원들과 투명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게임·전자상거래·검색 등 주요 사업 모두 분사

이런 전략을 가장 활발하게 쓰는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 6월 오프라인 캐릭터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프렌즈(현 카카오IX)를 분사시킨 것을 시작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페이(2017년 4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2017년 8월), 음악·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담당하는 카카오M(2018년 11월) 등을 연이어 분사했다. 또 사내 웹툰 사업을 담당했던 다음웹툰은 분사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에 합병시켰고, 게임 사업은 지난 2016년 인수한 엔진과 합병해 카카오게임즈로 만들었다. 이렇게 분사시킨 자회사만 9개에 달한다.

카카오는 이처럼 대규모 분사 작업을 통해 약 1조원에 달하는 외부 자금도 유치했다. 카카오페이는 분사 직후 세계 최대의 핀테크 업체인 중국의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달러(약 2258억원)를 투자받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버의 투자사로 유명한 TPG캐피털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게임즈도 중국 텐센트, 한국 넷마블 등으로부터 1400억원을 투자받았다.

네이버는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연이어 분사해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라인게임즈 외에도 대만의 간편결제 사업을 담당하는 라인비즈타이완, 사진 공유 서비스를 하는 스노우의 중국 법인이 각각 1757억원, 5000만달러(약 564억원)를 외부로부터 유치했다. 또 네이버는 웹툰 사업을 따로 떼내 네이버웹툰이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직접 1500억원을 투자했다.

◇직원들 "제대로 된 설명, 보상 없는 분사 행보 우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이은 사업부 분사에 대해 "벤처의 도전 정신을 되살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힌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최고경영진들은 두 회사가 각각 자산 규모 8조원 안팎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의사 결정이 갈수록 늦어지고 미래 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사라지는 대기업병(病)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잠재력을 갖춘 사업을 동시에 분사시켜 기존 사업을 이을 만한 성장 동력을 키우자는 취지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자회사가 외부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다.

중국 알리바바가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분사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특정 사업을 맡는 기업을 분사해야 가치 평가가 쉽고 나중에 상장을 할 때도 편리한 게 사실"이라며 "분사 법인이 추후 상장에 성공하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등 성과에 맞는 보상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격적인 분사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네이버·카카오에서 분사 법인으로 옮길 경우 신분 안정성은 물론, 급여와 복지 등에서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는 "분사 법인으로 나가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나 복지 체계, 본사 복귀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들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네이버 직원은 "올 들어 CIC(사내 기업·Company In Company)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분사를 위한 사전 조치라는 말이 많다"며 "분사 법인 성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직원들의 불안감은 본사 소속일 때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