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죽쑤고 오니 증시마저”...2030의 눈물

조선비즈
  • 전준범 기자
    입력 2018.11.08 06:05

    "작년만 놓고 보면 주식보다는 가상화폐를 사야하는 분위기였잖아요. 저도 신세 한 번 바꿔보겠다고 가상화폐에 뛰어들었다가 목돈만 날렸습니다. 뒤늦게 주식으로 만회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증시가 안 도와주네요."

    30대 직장인 정영기(가명)씨는 가상화폐 광풍이 전국을 강타한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에 목돈을 넣었다. 수년간 예·적금으로 모은 결혼 밑천이었다.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1200만원 정도였다. 처음에는 성공적인 투자 같았다. 불과 한 달여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가상화폐 시세는 올해 들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반등을 기대하며 버티던 정씨는 결국 지난 5월 비트코인이 800만원대일 때 보유분을 전량 처분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국내에는 정씨처럼 지난해 말 가상화폐 열풍 막차에 어설프게 올라탔다가 큰 돈을 잃은 젊은 투자자가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손실을 만회하겠다며 올해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더 큰 손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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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이어 주식마저…빚쌓이는 2030

    정씨도 가상화폐 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부터 주식 투자에 도전했다가 또 한 번 쓴맛을 본 경우다. 그는 "국내 증시가 올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길래 대형주 위주로 사면 가상화폐 손실액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증시까지 이렇게 고꾸라질 줄은 몰랐다"고 푸념했다. 정씨는 내년 중 여자친구와 결혼하려던 계획을 미뤘다.

    코스피지수는 수년간 박스권(1800~2100)에 갇힌 상태로 답답한 흐름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이 상승랠리를 주도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1.78% 오른 2467.49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바이오 업종의 고속질주 덕에 지난해 26.15%나 상승한 798.42로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1월 29일 고점(2598포인트)을 찍은 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상반기 동안에는 비교적 선방했다. 정씨 같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자들이 서둘러 주식으로 갈아탄 것도 증시가 등락을 거듭할지언정 쉽게 뒤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굵직한 악재들이 부각되자 국내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져 2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11월 7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2078.69, 코스닥지수는 682.37에 머물러 있다.

    20대 대학원생 조경원(가명)씨도 지난해 가상화폐에 이어 올해 증시에서 연거푸 돈을 잃은 투자자다. 조씨는 리플이 약 1600원에 거래되던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투자에 뒤늦게 나섰다가 올해 4월 투자금을 3분의 2가량 날리고 코스닥시장으로 넘어왔다. 조씨가 리플을 매도할 당시 시세는 500원대였다. 그는 "시세 변동폭이 큰 가상화폐 시장에 익숙해진 상태로 코스닥시장에 오니 (코스닥시장은)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며 "추천 받은 바이오 종목 2개에 남은 돈을 다 넣었는데 현재까지는 마이너스 수익률"이라고 했다.

    30대 전업투자자 황주호(가명)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전업투자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황씨 역시 지난해 가상화폐가 여의도를 휩쓸 때 주식 투자금의 일부를 가상화폐 매수에 사용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황씨는 "괜한 호기심에 가상화폐까지 건드렸다가 아까운 종잣돈만 날렸다"며 "주식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가상화폐 손실액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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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변동성 우량주 위주로 반등 기회를"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실패’를 맛본 투자자가 현재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섣불리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것)를 택하기보다는 국내 증시가 다시 힘을 낼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경제 상황이나 증시 분위기가 내년에도 녹록지 않을 수 있지만 확실한 테마를 가진 종목이나 변동성이 적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얼마든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주식은 변동성과 부채 수준이 낮고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우량주"라며 "내년에는 변동성이 낮은 종목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우량주를 선별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업종을 살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 중국 위주의 공급망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만약 세계 공급망 구조가 재구축되면 디스플레이나 휴대폰·부품, 조선, 의류OEM 등의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은 2000년 이후 약세장 기간이 1년을 넘지 않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코스피지수 조정 국면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만도(204320), POSCO(005490), 삼성전자(005930), 기업은행(024110), 호텔신라(008770), 롯데케미칼(011170), 대한항공(003490)등을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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