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이론은 경제학·사회학·물리학·공학 등 여러 학문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세계를 전체 시스템이 아니라 부분 요소 사이의 관계로만 보는 단선 인과적이고 기계론적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
경제학에는 아직도 시스템 사고와 단선 인과관계 사고가 마구 섞여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논리가 단선 인과관계 사고의 대표적 사례다. 반면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가격 상한선 정책이 오히려 공급 부족·가격 상승을 낳는다'는 설명은 시스템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시스템 사고(思考)'의 저자 앨버트 러더퍼드는 은퇴한 대학 강사로 화려한 경력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시스템 사상의 본질과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일깨우고 있다. 시스템 동역학 이론에 등장하는 어려운 미분방정식이나 복잡한 프로그래밍 기법 등이 나오지 않아서 읽기도 쉽다.
올바른 제도 설계는 세계가 시스템이라는 걸 이해해야 가능하다. 막강했던 로마제국 시스템이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 192년 코모두스 황제가 서거한 뒤부터였다. 후사가 없었던 그는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한 채 떠났다. 그 뒤 시스템 전체의 지속이라는 목적보다 수많은 개인의 탐욕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스템은 기능을 하나씩 상실해갔고 서로마제국은 476년 멸망했다. 후대에 역사를 읽는 사람에겐 그 시스템의 몰락 과정이 훤히 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시스템으로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판단하려면 단선 인과관계 사고에서 벗어나 시스템 사고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세상은 단순히 옳은 것과 틀린 것으로만 구성돼 있지 않으며, 다양한 회색 지대가 얽힌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로 개발된 기술이나 정책이 어딘가 다른 영역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게다가 현상만 보고 즉흥적으로 도입한 규제들이 덕지덕지 붙기 시작하면 그 시스템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방황하기 십상이다.
어떤 정책 결정자든 완벽한 지식을 갖출 수는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사람은 오로지 자신이 갖춘 지식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합리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문(多聞)·다독으로 지식의 넓이를 키우려 애쓰고, 숨은 상호작용들을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