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3.7%로 각각 조정하면서 무역 마찰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노믹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가 전 세계에 무거운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대규모 감세 정책,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 북미·유럽 등 오랜 동맹국과의 재협상 등 공격적인 무역 정책을 추구한 결과"라고 전했다.

증시 급락에 놀란 뉴욕 - 미·중 무역 분쟁,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24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 지수가 4.43% 급락했다. 2011년 8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이날 하락으로 미국 증시는 연간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6.5%에 그쳐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또 급락하는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대거 매도하면서 9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한 달 전보다 227억달러 감소하며 3조달러 선이 위태로워졌다.

중국에 대해 파상 공세를 펼치면서도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미국도 중국 공격의 부메랑을 맞아 경제에 주름살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미국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전조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28% 상승하는 등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양쪽 모두 피해를 입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는 자동차 시장이다. 무역 갈등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9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12% 급감하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유탄을 맞았다. 포드는 중국에서 9월 자동차 판매량이 43% 급감했고, 주가는 연초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는 양국에만 미치지 않고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들에도 피해를 미친다. IMF가 신흥 개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7%로 0.4%포인트나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생산성이 하락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년 후 최대 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