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향후 5년간 미(未)취업 청년 1만명에게 1년짜리 무료 소프트웨어 교육과 연간 12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삼성전자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청년들에게 양질(良質)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해 취·창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청소년·대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과 훈련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는 있지만 1년간 매달 100만원씩 별도의 수당까지 지급하며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이 5년간 수당으로 지급하는 금액만 12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0일 "지난 8월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후속 조치로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기업의 직접 고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양질의 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청년들의 취업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 우선적으로 1000명을 선발하고 2~3년 차에는 각각 2000명, 4~5년 차에는 각각 2500명으로 단계적으로 선발 인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국내외 4년제 대학을 졸업(졸업 예정자 포함)한 만 29세 이하의 미취업자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교육생들은 하루 8시간의 강도 높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다. 성적 우수자에게는 삼성전자 해외연구소에서 실습할 기회를 주고 교육생들에게 개인별 맞춤형 취업 컨설팅도 제공해 이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삼성은 올해 12월 첫 교육을 시작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배출하는 인재라는 생각으로 엄격하고 꼼꼼하게 가르칠 계획"이라며 "교육과정을 마친 교육생들 스스로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됐다는 생각이 들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홈페이지(www.SSAFY. com)에서 지원서를 접수한다. 홈페이지는 11일 오후부터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사고력과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 적성 진단시험과 면접을 거쳐 최종 교육 대상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년간 출퇴근제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도 높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는 방침이다. 수준별로 초·중급반을 나눠 최종적으로는 기업 실무 현장에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다. 교육생들의 이동 거리를 고려해 서울과 대전, 광주, 구미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다만 삼성이 교육 수료생을 직접 채용하거나 별도의 취업 우대 혜택을 주지는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사실상 국가를 대신해 취업 교육과 함께 일종의 실업 수당까지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민간 기업들이 떠안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필요와 동떨어진 부담이 자꾸 늘어나면 결국 민간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