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반발에… 9·13 대책 사흘만에 수정

조선일보
  • 김충령 기자
    입력 2018.09.17 03:07

    청약 추첨제서 배제키로 했다가 정부, 일부 물량 다시 배정키로
    "추첨제 10~20%, 1주택자 몫 검토"

    "성실히 일해서 조그만 다세대주택 하나 장만했고, 청약으로 집 넓힐 준비하던 서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대출이 많은 유주택자도 있는가 하면 수억원 현금 가진 무주택자도 많습니다."

    지난 13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9·13 대책'에서 정부가 청약 추첨제 물량 전체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히자 청약을 통해 넓은 주택을 마련하거나 사는 지역을 옮기려던 1주택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대책 발표 3일 만인 16일 1주택자에게 추첨제 물량 일부를 배정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섰다.

    1주택자에도 대형 아파트 청약 기회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약조정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에서 공급하는 추첨제 물량의 일부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일부 물량은 무주택 우선 배정에서 떨어진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함께 경쟁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도록 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처음 맞는 주말인 16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중개사무소의 모습.
    한산한 중개사무소 -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처음 맞는 주말인 16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중개사무소의 모습. 전문가들은 대책의 효과를 두고 보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당분간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거래에 나서지 않는‘거래 절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선 전용면적이 85㎡를 넘는 새 아파트의 50%, 청약조정지역은 85㎡ 이하 아파트의 25%와 85㎡ 초과 아파트의 70%가 추첨제로, 나머지는 가점제로 분양하고 있다.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 등을 따져 당첨자를 가리는 가점제에선 1주택자들이 당첨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 9·13 대책에서 정부가 추첨제 물량까지도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1주택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국토부는 현재 추첨제 아파트의 50~70% 정도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30~50%는 무주택 낙첨자와 1주택자가 함께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첨제 아파트 배분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추첨제의 10~20%가 1주택자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녀 결혼 자금도 못 빌리나" 불만

    청약뿐이 아니다. 현재 대출이 전혀 없는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급하게 돈을 빌려야 하는 경우에까지 제한을 건 것에 대해서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대출의 용도와 무관하게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돈을 무조건 '연간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아들 결혼을 위해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도 대출액을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글이 올라왔다.

    정부가 추가로 집을 사는 경우에는 아예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면서, '부모 봉양', '질병 치료'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실거주 2년에서 3년으로 강화한 데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모(39)씨는 "정부 논리는 '직장을 옮기거나, 아이 진학을 위해서 이사를 가는 사람은 실소유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라며 "도대체 누가 그런 단순 무식한 생각을 정책으로 옮긴 것인지 이름이나 알고 싶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1주택자의 대출·청약 등을 꽁꽁 묶었다"며 "적어도 청약 기회만큼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국론을 스스로 양분시키는 미숙함을 보였다"며 "주택 문제를 정치로 풀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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