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따라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에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많게는 3배 가까이 늘어난다.

고가 다주택자를 기준으로 보면 참여정부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 부담이 커지고 종합부동산세 사정권에 들어간 1주택자도 늘어난다.

◇강남·용산 다주택자 보유세 3배까지 늘어

조선비즈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 의뢰해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따른 서울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 인상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93㎡와 마포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84.89㎡, 용산구 ‘한가람’ 84.89㎡를 동시에 보유한 3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1786만4503원을 냈지만 내년에는 두 배가 넘는 3800만3850원을 내야 한다.

만 59세의 3주택자가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만큼 내년에도 동일한 비율로 오른다는 가정으로 추정해본 것이다. 직전 정부안에 따르면 이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2679만6755원이었다. 정부가 종부세를 한 번 더 강화하면서 약 1200만원의 추가 세금이 발생한 것이다.

세 부담이 3배 가까이 커지는 사례도 나온다. 강남구 ‘래미안 대치팰리스’ 84.97㎡와 용산구 ‘한가람’ 84.89㎡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882만8010원을 내지만 내년에는 2449만8775원을 내게 된다. 직전 정부 종부세 개편안에서 예상됐던 1324만2015원보다 두 배 가까이 세금이 늘게 된다.

시가 18억원이 넘는 고가 1주택자도 보유 부담은 늘어난다. 용산구 ‘한남더힐’ 235.31㎡의 경우 올해 1742만5171원의 보유세를 부담했지만 내년에는 2322만362원을 내야 한다. 직전 정부안(2034만3786원)보다 300만원 정도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만 5년 보유로 장기보유특별공제 20%가 적용됐을 때 기준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현재 80%인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5%포인트씩 100%까지 종전 목표치보다 10%포인트를 더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공시가격도 점차 높여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다주택자나 고가 1주택자의 세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단지.

◇다주택자 매물 내놓을까?…"양도세 부담에 쉽지 않아"

정부가 기존안보다 강도높은 종부세 대책을 내놓으면서 당분간 다주택자들은 집을 그대로 보유하는 게 나을지, 파는 게 나을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주요 지역 집값이 급등한 건 수요에 비해 시장에 공급되는 매물이 없어서인데,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해도 양도세 부담이 막대해 매물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매물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은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긴 하지만 집값이 많이 오르면 세금이 큰 부담은 안 된다"면서 "주요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장기간 심리를 위축시키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되레 세금 전가현상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에 대한 퇴로가 없기 때문에, 오른 종부세가 매매가격이나 전월세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책 효과를 기대하려면 다주택자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책으로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서울 등 43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은 구간별로 종전보다 0.1~1.2%포인트씩 늘어나, 최고세율이 참여정부 수준인 3%를 웃도는 3.2%로 인상된다.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서 종부세 최고세율은 2.5%였다.

종부세 인상 상한도 기존 150%에서 참여정부 수준인 300%까지로 높아졌다. 가령 작년 종부세가 1000만원이었다면 올해 1500만원 이상으론 부과될 수 없었는데, 이제 3000만원까지 늘어나게 된다는 말이다.

고가 1주택자도 종부세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세 부담이 커진다. 과표 3억~6억원(1주택자 18억~23억원) 구간이 새로 신설돼 종부세율 0.7%가 매겨져 기존보다 0.2%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3억원 이하(1주택자 18억원)의 경우 현행 종부세율인 0.5%가 적용된다.

나머지 과표 구간들도 0.25~0.7%포인트씩 세율이 인상된다. 다만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대상은 종전대로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기준이 유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에 따라 2016년 주택 기준 종부세 대상 인원은 2만6000명에서 27만4000명으로 25만명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직전 수정안보다는 5만6000명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