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추석을 앞두고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중형급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 되면서 명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축산물 폭염 비해로 인해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가 큰폭으로 올라있는 상황에서,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 농축산물 가격 급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태풍 피해 예방 및 물가 관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제19호 태풍 ‘솔릭’과 20호 ‘시마론’의 위성영상. 솔릭은 오는 23일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제19호 태풍 ‘솔릭’은 이날 오전 4시 기준으로 중형 태풍급으로 오는 22일 늦은 밤부터 제주도를 통과할 전망이다. 오는 23일 09시쯤 목포 인근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한 뒤 북동쪽 방향으로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것은 지난 2012년 제16호 태풍 산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이전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이 큰 피해를 입혔듯이 태풍 솔릭도 경로상 강풍에 의한 농축산물 피해가 예상된다는 게 농식품부의 예측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태풍 솔릭은 최대풍속이 초속 40m(시속 144km)에 달해 강풍에 의한 과수 낙과, 벼 등 농작물 넘어짐, 비닐하우스와 인삼재배 시설 파손,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발생 시기와 진행경로가 비슷했던 루사(최대풍속 초속 36m)의 경우 농작물 23만9000ha(헥타르) 등이 피해를 입어 복구비만 1조2699억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여름 이례적인 폭염에 이어 곧바로 태풍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식탁 물가가 ‘초비상’이다. 폭염으로 인해 이미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다음달 추석을 앞두고 출하 예정이었던 농축산물이 태풍에 피해를 입을 경우 차례상 물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폭염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은 전달보다 7.9%, 축산물은 3.5% 상승했다. 폭염에 작황이 악화하면서 농산물 중 시금치 가격이 전달보다 130.4% 올랐고, 배추는 90.2%, 무는 60.6% 뛰었다.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고춧가루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가격이 55.8% 상승했다. 축산물 중에서는 닭고기와 달걀이 각각 전달보다 14.3%, 22.7% 올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공급 부진으로 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태풍 피해까지 발생하면 작황 악화로 농축산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며 "9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어 농축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태백시 일대 고랭지 배추밭에 누렇게 뜬 잎을 드러낸 채 말라 죽은 배추들이 널려있다. 폭염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채소 가격 급등으로 추석 제사상 물가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태풍 피해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 불안에 총력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농촌진흥청과 농어촌 공사, 농협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우선 지난달 27일부터 가동해온 폭염대비 농업재해대책상황실 비상근무를 지난 19일부터 폭염·태풍 대비로 확대해 태풍 솔릭 소멸때까지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또 태풍 피해가 심한 농장에 대해 생계비 및 고등학생 학자금을 지원하고, 영농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혜택도 준다는 방침이다. 농작물에 대한 자연재난 복구비 지원단가도 작년 인상된 가격으로 적용해 지원할 계획이다. 농약대의 경우 과수류는 1헥타르당 176만원, 채소류는 168만원, 인삼은 323만원을 적용하고, 대파대는 과채류 1헥타르당 619만원, 엽채류 410만원이 지원된다. 농약대는 자연재해로 농작물이 일부 피해를 입었을 때 병충해 방제에 소요되는 비용이고, 대파대는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가 커 수확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농작물 생산을 위한 파종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정부는 특히 배추 가격 상승세를 꺾기 위해 병해 증상이 덜한 물량 위주로 조기 출하를 유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조기 출하 물량도 하루 100톤에서 150톤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다음달 기상 변수로 인한 배추 생육 부진에 대비해 한 달 정도 기른 배추 예비묘 20만주를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개호 장관은 "농업인들도 정부와 지자체가 전달하는 기상정보와 재해대응 요령에 주의를 기울이고, 농장과 주변 배수로 정리 등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예산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농가 피해를 줄이는데 재정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을 방문해 "밭 급수, 축사 냉방장치, 영양제 공급 등 지원책이 현장에서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경우 예비비 등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