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과 터키 금융위기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에 짓눌려 금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1198.90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금펀드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1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3일 기준 금펀드의 한 달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4.13%였다. 세 달 평균수익률은 -9.24%, 1년 평균수익률은 -11.91%였다. 1년 기준으로 보면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43개 테마펀드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레버리지 상품 제외).

조선DB

◇달러 강세…대체재 금값 부진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값이 하락하는 배경은 터키 리라화 급락이다. 리라화 급락에 따른 달러 강세로 금값 부진이 심화됐다. 13일(현지 시각) 터키 리라·달러 환율은 장중 7.088리라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1달러당 7리라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날 미국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전날보다 1.25% 오른 93.96을 기록했다.

그래픽 = 김란희 디자이너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과 달러는 단기대체재로 반대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 강세로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가 절하됐고, 달러로 표시된 금값이 높아지며 금 수요가 하락한 것”이라고 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인덱스는 4월 말 반등해 최근까지 약 5% 상승했고, 같은 기간 금 가격은 8% 하락했다”면서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가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감에 금 가격의 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 美 국채에 밀려 선호도 떨어져

일각에서는 금이 안전자산 지위를 내려놓고 있는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변동성 측면에서 볼 때 위험자산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재정위기 당시만 해도 경제위기는 금에 있어 호재였다. 2011년 9월에는 금 가격이 연초대비 30% 상승해 온스당 192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래픽 = 김란희 디자이너

하지만 달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국면(경제 위기)이 나타난다고 해도 금이 오르지 않는 현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달러가 급등하고 금 가격이 급락한 것도 이 같은 사례다. 당시 금값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에 1300달러에서 1130달러까지 하락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금은 전통적 안정자산으로서의 의미를 잃고 미국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가 안정돼야 금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자산으로는 금의 대체상품인 미국 국채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3%를 넘어서기도 했다. 13일(현지 시각)에도 2.898%로 52주 평균치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성훈 한국거래소 금시장팀 팀장은 “과거에는 금과 국채가 보완재 관계였는데 최근에는 대체제 성격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국채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