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눈이 장시간 노출되면 빛을 감지하는 망막 세포가 파괴돼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청색광이 다른 빛에 비해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 유해성을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쳐다볼수록 청색광에 의한 시력 저하 현상이 심해져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눈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톨레도대 아지스 카룬아라스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간된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서 "눈이 청색광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망막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이 생겨 황반변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반변성은 망막 세포가 죽으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실명 원인 1위로 꼽힌다.

어두운 공간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는 모습. 스마트폰의 청색광에 장시간 노출되면 망막 세포가 파괴돼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망막의 시상 세포(빛을 받아들이는 세포)에 여러 파장의 빛을 번갈아 쪼이며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청색광을 쪼인 시상 세포에서는 30분 만에 세포막이 녹으며 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등 다른 파장의 빛에서는 세포 파괴가 일어나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특히 어두운 공간에서는 다른 빛이 없어 청색광이 망막세포에 더 많이 침투한다고 설명했다. 카룬아라스네 교수는 "망막 세포는 한 번 파괴되면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청색광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청색광 차단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청색광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TV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에 청색광 노출을 줄여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설정을 누른 뒤 디스플레이로 가서 '블루라이트 필터' 기능이 작동 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