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8일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대책을 발표한 배경에는 삼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삼성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부터 초대형 투자·고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르면 내년초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노이다 삼성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국내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하면서부터다. 이 부회장은 투자·고용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큰 틀 아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6개월 동안 이 부회장의 최대 화두가 삼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였다"면서 "생색내기 발표가 되지 않도록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가 이번 투자·고용 대책 발표"라고 말했다.
삼성이 인공지능(AI)·5G(5세대 이동통신)·바이오·전장 부품을 4대 미래 사업으로 꼽고 25조원을 투자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이후 매월 한 번꼴로 유럽·캐나다·일본·중국 등으로 해외 출장을 다녔다. 출장 기간 동안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 등을 방문해 5G와 AI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투자 규모가 너무 방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마련한 실천 투자 계획"이라며 "현금 보유액과 향후 실적을 고려해보면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