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기록적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 불안감이 높다.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하다 보면 주택용 전기료에 적용되는 누진제 탓에 월 전기료가 10만~20만원씩 늘어나는 가정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뒤늦게 정부가 '한시적 전기료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전의 적자 누적과 에너지 과소비 우려 등으로 신속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350kWh(킬로와트시)다. 이 경우 월 전기료는 기본요금(1600원)에 전력사용량에 따른 누진제 적용 요금(4만6840원), 부가가치세(4845원), 전력기반기금(1790원)을 합한 5만5080원이다. 전력사용량 요금은 누진제 1구간인 200kWh까진 kWh당 93.3원, 200kWh 초과 사용량부터는 187.9원이 적용된다.

누진제란 전기 사용량이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단위 사용량당 전기요금이 폭증하는 '징벌적' 요금제를 말한다. 전기 사용 억제를 위해 1974년 도입된 이후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고 있다. 상가 등에서 쓰는 일반용이나 산업용 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누진제는 현재 3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1구간인 200kWh 이하는 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 187.9원, 3구간(400kWh 초과) 280.6원의 단위당 요금이 붙는다.

4인 가구라면 여름철에 거의 모두가 누진제 최고 구간인 3구간 요금을 적용받는다 월평균 350kWh를 소비하는데, 1.8㎾ 용량의 가정용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한 시간씩만 돌려도 400kWh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만약 에어컨을 하루 3시간 반씩 사용하면 냉방비가 6만3000원 추가돼서 월 전기료는 11만8000원을 낸다. 어린이·노인 등 노약자가 있는 집의 경우 하루 10시간씩 돌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냉방비로만 17만7300원이 추가돼 월 전기료는 23만2000원을 내야 한다.

전기료 폭탄 우려에 전기요금을 미리 계산하는 방법이 올여름 화제다. 인터넷에 한전 전기요금계산기를 검색해 사이트에 들어간 뒤 에어컨에 표시된 소비전력과 하루 사용 시간을 입력하면 이번 달 전기요금 예상 액수가 뜬다. '스마트 한전'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으면 전기요금 계산뿐 아니라 납부까지 가능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올여름 폭염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에어컨을 틀라고 권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절전보다 열사병 등에 더 만전을 기하라"는 팸플릿을 제작해 직장에 배포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요금 누진제가 3구간으로 돼 있지만, 1단계와 3단계 요금 차이는 최대 1.5배 정도다. 도쿄전력을 기준으로 하면 120kWh까지는 1kWh당 전기요금이 19.52엔(약 195원), 120~300kWh까지는 26엔(약 260원), 300kWh 이상부터는 30.02엔(약 300원)이다.

한전이 전력 공급을 독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2016년 전력 소매 시장 자율화를 실시했다. 이후 일본에선 전력 공급사들 간 경쟁으로 전기료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