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신선식품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상 고온에 야채, 과일 등 신선식품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박, 배추, 시금치 등의 가격이 과거 5년 평균치와 비교해 최대 50% 넘게 올랐다. 더위에 시들거나 빨리 익은 농산물만 시장에 나오면서 유통가의 신선식품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는 이미 여름을 앞두고 물량을 확보했지만, 과일과 채소 재배 농가가 더위로 타격을 받으면서 앞으로 물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8월까지 불볕더위가 이어지면 수박과 복숭아 등 여름 과일은 물론 사과, 배를 포함한 가을 과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염에 수박 가격이 치솟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은 7월 들어 2만원을 웃돌고 있다.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9~10kg짜리 수박의 가격은 약 2만2800원이다. 홈플러스에서는 같은 크기의 수박이 2만2900원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들 수박 가격은 1만원대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매일 집계하는 10kg짜리 수박 소매가격은 평년(과거 5년 평균) 기준 1만7386원에서 이날 2만2246원으로 27%증가했다.

강한 햇볕에 수박 껍질 색상이 바래고 속은 과도하게 익는 등 일소(日燒) 현상도 늘고 있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보통 농가에서 수박 100개를 키우면 최소 80개 이상은 내다팔 수 있었는데, 요즘은 50%도 못 건지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품질 좋은 수박이 부족한 상황이라 당분간 수박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채소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달 들어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배추값도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소매가격은 이날 기준 포기당 5257원으로 평년 가격(3474원)에 비해 50% 넘게 올랐다. 정부는 하루 100~150t씩 비축분을 풀겠다고 했지만,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대부분의 배추가 재배되는 강원도에서 8월에도 30도가 넘는 고온이 지속되면 작황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월에 대관령에서 고랭지 배추 성장에 적합한 기온인 15∼28도를 보인 날은 지난해 26일에서 올해 8일로 줄었다. 한국은행 강릉본부는 “고랭지 배추 출하량의 90%를 차지하는 대관령, 태백, 정선 등의 배추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8~9월에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 고온으로 강원도 배추 농가의 작황 부진이 예상되면서 배추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다른 채소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시금치(1kg) 소매가격은 9877원으로 평년 가격보다 23% 올랐다. 무도 개당 소매가격이 2900원을 기록, 평년 가격(1910원)보다 50% 넘게 뛰었다.

대형마트는 농가와 산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선식품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강원도 양구, 전북 진안 등 고랭지(高冷地)에서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수급에 나섰다. 이마트는 8월 내 폭염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바이어들이 산지와 농가를 다니면서 신선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을에 품질 좋은 식선식품을 수급하기 위해 바이어들이 산지 방문과 점검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