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달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 '디지털 쇼룸'을 열었다.
디지털 쇼룸은 전 차종에 대한 가격, 제원, 성능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시승 신청과 딜러와의 상담 예약도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아마존에 디지털 쇼룸을 연 것은 미국 시장 특성을 고려한 채널 다변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현재 영국과 캐나다, 스페인에 이어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노조의 반발로 온라인 판매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영국·인도 등으로 온라인 판매 확대하는 현대차
지난해 7월 인도에서 현대차(005380)는 현지 전략 소형차 i20 300대를 온라인으로 2주만에 팔았다. 이 기간 현대차 인도 법인의 온라인 판매 홈페이지 '하이바이(HyBUY)'에는 약 70만명이 다녀갔다. 국토가 넓은 인도시장은 고객들이 자동차 매장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판매는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영국에서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차량을 선택하는 것부터 중고차 가치 산정, 견적 뽑기, 최종 결재, 운송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판매 플랫폼이다. 영국 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선 최초로 도입되는 판매 방식이다. 지난 4월에는 22종으로 제한했던 구매 차종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차는 영국과 인도 이외에도 중동과 러시아 등 신흥국에도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가 세계 각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것은 판매 효율성은 물론 수익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설비 투자와 인력비용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 또 온라인 판매는 차 가격에 포함된 영업사원 마진 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혁신적인 온라인 판매 시스템의 도입이 판매 효율성 제고와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 온라인 판매는 답보상태...노조 반발 우려
국내에서는 온라인 판매는 물론 홈쇼핑 판매도 어려운 상태다. 판매 노동조합의 반발로 오프라인 이외의 온라인이나 홈쇼핑 등 판매 채널 다양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판매노조는 홈쇼핑의 국산차 판매를 격렬하게 반대한 바 있다. 올 초 민주노총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는 홈쇼핑의 국산차 판매 총력 저지 방침을 각 분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판매노조는 TV홈쇼핑이나 온라인에서 자동차를 팔면 영업직원들의 실적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이나 홈쇼핑 등 비대면 판매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자동차 제조사들은 노조의 반발에도 온라인 판매를 서서히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사전 계약까지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르노삼성차가 선보인 e-쇼룸이 유일하다. 다만 온라인으로 사전 계약을 하더라도 특정 매장을 찾아가 계약서를 작성해야 차량 출고가 가능하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대리점 영업사원에 대한 일자리 보전 등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부분이 있다”면서도 “미국 등 상당수 국가에서 온라인 판매가 보편화 되고 있어, 국내도 이 같은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