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드럭(Happy Drug)’으로 통했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뛰어든 제약사들이 쓴 맛을 보고 있다. 해피 드럭은 생명에 중대한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약이다. 소득이 늘고 생활이 안정될수록 수요가 늘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된다.
제약사들에게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해피 드럭으로 여겨졌다.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인 릴리의 시알리스는 한국에서만 200억원 규모의 단일 매출을 기록했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었다. 2012년 특허가 만료된 화이자의 ‘비아그라'에 이어 시알리스 2015년 특허가 만료되자 국내서만 150여개의 복제약이 쏟아졌다. 다들 내기만 하면 100억원은 거뜬할 거라 기대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연간 약 1400억원 규모로 비아그라 복제약 약 85개, 시알리스 복제약 약 95개가 시중에 유통·생산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새로운 성분의 약까지 합치면 190여개가 시장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복제약을 출시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앞질러 매출 상위를 달리고 있는 회사는 한미약품, 종근당 뿐이다. 특히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가 집계한 2018년 상반기 처방액 규모에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발기부전 치료제는 한미약품 ‘팔팔’ 단 1개다.
같은 기간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전체 매출액이 578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약품 팔팔이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한 셈이다. 더구나 매출 2위도 시알리스 복제약인 한미약품 ‘구구’(71억원)가 차지해 매출 양극화 현상까지 보인다.
다른 제약회사들의 매출은 다소 감소하는 추세다. 시장 전체 매출액 578억원 역시 전년동기대비 약 3% 줄었다. 오리지널의약품인 화이자 비아그라와 릴리 시알리스도 국산 복제약에 밀려 판매규모가 줄어들면서 올 상반기 매출 규모 각각 4위와 6위에 그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상반기 58억원 규모의 비아그라를 판매했지만, 올해 매출액은 9.9% 감소한 52억원에 그쳤다. 릴리의 시알리스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1.7%가 감소한 36억원이다.
종근당 ‘센돔’도 매출 3위를 기록했으나 그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8.1% 감소했다. 복제약과 다른 성분의 자체 개발 신약으로 출시된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 역시 같은 기간 11.8% 감소한 40억원 매출에 그쳤다.
대부분의 복제약 판매회사들은 매출 1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5년전 그렸던 장미빛 청사진과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1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보유한 회사는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 SK케미칼, 한국콜마, 대웅제약, 유한양행 정도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무분별한 경쟁이 불러온 결과라고 관측한다. 정해진 시장에 너무 많은 회사들이 몰리면서 영업·마케팅에 대한 부담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과거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특허만료로 너도 나도할 것 없이 복제약을 출시했지만, 영업과 마케팅에서 승부가 났다”며 “하위 매출 회사들은 결국 남은 시장을 쪼개서 경쟁해 비용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품 매출이 양극화에 이르자 최근 시장을 떠나거나 판매 제품 수를 줄이는 회사들도 등장했다. 동화약품은 매출 부진으로 인해 비아그라 복제약으로 허가받은 ‘헤카테’의 품목허가를 올해 초 자진 취하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유한양행은 전략 상품으로 내세웠던 이달 필름형 비아그라 복제약과 시알리스 복제약의 허가를 취하해 판매하는 제품 수를 줄였다. 영업과 마케팅 부담을 줄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 시알리스 복제약 ‘타다포스’로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한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