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 업계의 대표 기업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 세계 언론사들을 상대로 '저널리즘(언론) 후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언론사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언론 단체들의 행사에 앞다퉈 스폰서로 참여하는가 하면, 인터넷 뉴스의 '유료화' 지원까지 나섰다.

이달 6일(현지 시각) 포르투갈 에스토릴(Estoril)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WEF)에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부스가 등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명 언론사보다 2~3배 큰 부스에 10여명의 직원이 투입됐다. 언론인들을 상대로 자사(自社)의 저널리즘 후원 정책을 홍보하려는 목적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유럽 언론인들에게 자사의 ‘뉴스 이니셔티브’를 설명하는 모습.

구글은 자사의 '뉴스 이니셔티브'를 내세웠다. 언론사들의 디지털 혁신을 돕는 '구글 뉴스랩' 프로그램, 인터넷 뉴스 독자들로부터 구독료를 대신 받아주는 '구글로 구독하기(subscribe with google)' 서비스, 가짜 뉴스를 감별하고 예방하는 '퍼스트 드래프트(First Draft)' 사이트 등이다. 매드햅 차이나파 구글 이사는 "미국 NYT, 영국 이코노미스트, 일본 마이니치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 60곳이 이미 구글과 함께하고 있다"면서 "우수한 뉴스 콘텐츠 생산을 북돋고 언론사들의 수익 구조 개선을 돕기 위해 앞으로 3년간 3억달러(3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뉴스 서비스 공동 개발, 가짜 뉴스 예방, 유료 구독 서비스 등 구글의 뉴스 이니셔티브와 내용이 비슷하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크라우드탱글(CrowdTangle)'이라는 뉴스 통계 분석 서비스다. 인터넷상에서 어떤 뉴스가 인기가 있고, 어떤 경로로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가는지 추적해 준다. 브랜던 실버만 크라우드탱글 대표는 "페이스북은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 언론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 프로젝트에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저널리즘 지원하는 배경에는 자사 플랫폼(비즈니스 기반 기술)의 세(勢)를 불리려는 의도가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점점 많은 사람이 (구글 같은) 포털보다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고, 이제는 그 비율이 50대5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간에 인터넷 뉴스 시장을 놓고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결국 뉴스 공급자인 언론사들을 하나라도 더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뉴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형국이다.

이 두 회사는 시장 독점, 가짜 뉴스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각국 정부의 규제 된서리를 맞고 있기도 하다. 구글은 유럽에서 90%가 넘는 검색 시장 독점으로 인해 지난해 3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받았고, 페이스북은 미국 대선 기간에 '가짜 뉴스' 파동을 겪으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의회 청문회까지 출석해야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직면해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언론사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布石)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