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40여 국가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제 대국들은 IFRS를 도입하지 않고 나라별로 자체 회계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IFRS 도입을 논의했다. 하지만 결국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US GAAP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란 자체 회계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IFRS 도입 전 한국은 이 기준을 변형해 썼었다.

GAAP는 일일이 기업들이 회계장부에 경영 활동에 대해 어떤 것을 적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미국에선 IFRS가 GAAP와 비교해 기업의 자율적 회계 처리를 더 많이 허용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에 허점이 있다는 견해가 많다. 또 IFRS로 전환할 경우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도 미국 기업들도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일본에선 자국 회계기준과 미국 회계기준, 국제회계기준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기업이 자국 회계기준을 따르고 있다. 당초 일본은 2009년 IFRS 도입 구상을 발표하고 2015년부터 IFRS 적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은 뒤, 기업들이 준비 기간을 더 달라고 요청해 도입이 보류됐다. 이후 일본은 IFRS를 대체해 사용할 새 기준을 만들기로 하고, 2014년 일본 회계기준과 IFRS를 혼합한 수정국제기준(JMIS)을 도입했다.

중국도 독자적 회계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적 눈높이에서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IASB와의 협의를 통해 2007년 새 회계제도를 확립했다. 자국 회계기준에 일부 IFRS 원칙을 가미한 형태다.

미국, 일본, 중국은 자체 회계기준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곳에 진출하려는 기업가나 투자자들은 회계기준을 새로 익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국가들은 세계 1~3위 경제 대국인 만큼 IFRS가 아닌 독자 회계기준을 사용해도, 이를 문제 삼을 국가나 투자자가 없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