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제조업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하던 로봇의 개념이 사무실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IBM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권은 물론 일반 기업 인사 영역까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업무의 63%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랜스퍼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RPA)’로 불리는 이 시장이 2020년까지 전세계에서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IBM은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세미나’를 열고 RPA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솔루션을 공개했다.
정욱아 한국IBM RPA 솔루션 담당 부장은 “데이터 수집, 데이터 처리, 전문인력과 상호 작업, 전문지식 적용 과정에서 RPA를 활용할 수 있다”며 “업무 과정의 63%에 해당하는 주요 기업의 업무를 잠재적인 RPA 적용 가능 영역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컴퓨터로 하는 반복작업 RPA로...오류율 낮추고 서비스 개선
RPA는 소프트웨어 로봇을 통해 사람이 컴퓨터 앞에서 실행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한다.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조작하는 작업이나 이메일 첨부파일 확인, 온라인 양식 작성, 데이터 기록과 같은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공장 자동화에 따라 자동화 로봇이 만들어진 것처럼 일반 사무 업무에서 사람을 대신할 소프트웨어 로봇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RPA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군은 금융 영역이다. 은행에서는 신용 카드 사기 모니터링, 구매 발주 처리, 고객 통지, 자금세탁방지 모니터링 등에 사용한다.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는 카드 지급 거절, 신용 통제, 보험 인수, 비대면 계좌 개설에 사용할 수 있다. 일반 기업 역시 계약 변경, 인사 채용과 퇴직, 연금이나 공제 업무, 인사정보 변경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김강정 한국IBM 사업부장(상무)은 “비용절감은 물론 오류율을 낮추고 서비스 개선, 업무 소요시간 단축 등 다양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IBM은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2017년 11월 RPA 사업을 시작했다. IBM이 보유한 디지털 프로세스 자동화 오퍼링에 RPA 전문 기업인 오토메이션 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 솔루션을 추가해 통합 RPA 솔루션을 기업에 공급하면서 기술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솔루션은 규칙(rule) 기반 엔진을 탑재하고 사람, 시스템, 봇(bot)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게끔 만들어졌다.
◇ 글로벌 은행, RPA 도입으로 정규직원 230명 대체 효과…만능론은 시기상조
실제로 IBM 고객사인 한 글로벌 은행은 고객 불만을 처리하는 단계에 RPA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150만건의 고객 불만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업무 처리 과정을 자동화해주는 소프트웨어 로봇과 봇(bot) 85개를 투입해 13가지 업무 과정을 처리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정규직 직원 230명을 대체할만한 업무 역량을 갖추게 됐고 비용을 30% 절감했다.
영국 유통기업 샵다이렉트는 IBM RPA를 활용해 홍수로 인해 상품대금 납부가 늦어진 고객을 자동으로 파악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대금 지연에 연체료 부과를 취소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하지만 RPA를 ‘완전 자동화’나 ‘완전 인력 대체’로 인식하긴 어렵다. RPA를 적용한 영역에서도 30%는 예외가 있어 이를 처리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업무를 잘라내 모든 인력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기보다 효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홍구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는 “RPA를 어떤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지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며 “업무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RPA를 회사 전체로 확산시킬 방안과 함께 누가 주도하고 직원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지 조직 구조 차원에서의 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