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외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된 A한식프랜차이즈에서 근무했던 김모씨는 최근 퇴사를 하며 "사모펀드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등급이 낮은 한우를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김씨에 따르면 과거 A업체는 모든 구이용 소고기를 한우 원플러스(1+) 등급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한 뒤엔 등심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낮은 등급인 1등급, 2등급으로 바꿨다고 한다. 원산지 표기 규정상 특정 한 부위만 원플러스 등급을 팔면 나머지 부위는 등급과 상관없이 '우리 식당은 1+ 한우를 사용합니다'라고 표기할 수 있는 맹점을 활용한 것이다. 김씨는 "본사 수익은 늘었는지 모르지만 눈치 빠른 단골은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bhc가맹점 협의회 회원 700여명이 설립 총회를 열고 본사의 부당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외국계 사모펀드가 주요 품목을 비싼 가격에 공급하고 배달 서비스 수수료를 가맹점들에 과하게 전가하는 등 갑질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B커피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 하모씨는 "다른 커피 브랜드에선 원두값을 올리지 않을 때도 우리만 8% 이상 올렸고, 우유 가격이 폭락했을 때도 우리만 기존가를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법인을 유한회사로 바꿔 본사가 얼마나 높은 이익을 내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행법상 유한회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구체적인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본사 수익만 생각하는 사모펀드, 생계 달린 가맹점주들… 이해관계 상충

지난달 23일 치킨프랜차이즈 bhc의 가맹점주 수백명이 본사의 납품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촉발된 사모펀드의 '비상생 경영' 논란이 다른 업체들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 외식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생계를 걸고 점포를 운영하는데,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본사 수익률 높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국내 가맹사업의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위에 나선 진정호 bhc점주협의회장은 "점주들은 생계를 걸고 치킨집을 하는데, 본사는 실적 지표만 개선시켜 매각하고 나갈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bhc의 본사 영업이익률은 27%로 교촌치킨·BBQ 등 경쟁업체보다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 이익률이 과도하게 높으면 가맹점 이익률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점주들 주장이다.

사모펀드의 한국 프랜차이즈 인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모건스탠리가 놀부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2012년 버거킹코리아, 2013년 bhc와 할리스커피, 2014년 공차코리아, 지난해 한국피자헛이 잇따라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3~4년 사이 재매각된 사례도 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는 2012년 버거킹코리아를 1100억원에 사들였다가 2016년 사모펀드 AEP에 2100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4년 만에 배 가까운 높은 수익을 남긴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당장 현금이 들어오는 외식프랜차이즈 경영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기 수익에만 몰두하면 산업 황폐화"

사모펀드는 전문 경영인을 통해 경영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식업에선 주요 식재료의 원가를 낮추거나, 가맹점한테서 납품 가격을 높게 받지 않고선 단기간에 수익을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맹점을 쥐어짜는 방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미국은 사모펀드의 투자를 통해 프랜차이즈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은 본사가 가맹점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로열티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업체들이 경영 효율화나 물류 선진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필수 품목에 대한 유통 마진으로 돈을 버는 한국은 가맹점 수익을 줄여 본사가 이익을 높이는 구조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사모펀드가 가맹점주와 상생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 창출에만 몰두한다면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도태되고, 사모펀드 역시 재매각을 통한 수익 실현에 불리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