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은진씨(39·가명)는 최근 홈플러스 합정점을 찾았다가 뜻밖의 일을 겪었다. 멤버십 제도가 변경돼 새롭게 멤버십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상담을 요청하자 홈플러스 직원은 신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야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씨는 “신용카드 기능이 없는 포인트 카드는 없나” 하고 재차 물었지만, 홈플러스 직원은 “신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받지 않으면 그동안 모은 포인트가 소멸되며 적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신한카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박씨는 뒤늦게 일반 멤버십 카드 발급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홈플러스가 새롭게 멤버십 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신용카드 가입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신한카드와 손잡고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이 홈플러스’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멤버십이었던 ‘홈플러스 훼밀리 카드’가 3월말 종료되면서 신한카드와 연계된 새 멤버십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멤버십 종류는 세 가지다. 신용카드인 ‘마이 홈플러스 신용’과 체크카드 ‘마이 홈플러스 체크’, 기존처럼 포인트 적립만 할 수 있는 ‘마이 홈플러스 일반’이다.
그런데 일부 점포에서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고객에게 신용카드를 가입해야만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며 카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박씨처럼 기존에 모아놓은 포인트가 많은 경우 어쩔수 없이 신용카드에 가입한 고객이 많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씀씀이를 부추기는 멤버십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모씨는 “경기가 어려워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며 “신용카드가 없으면 홈플러스 포인트 적립을 못한다고 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서모씨는 “신한카드가 이미 있어서 만들지 않겠다고 하자 남편은 있냐며 가족 이름으로 가입하라고 붙잡기까지 했다”며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카드 발급센터는 일반 홈플러스 직원과 수당을 받는 신한카드 모집원이 혼재돼 있다. 모집원과 직원을 구분하기가 어려운데다 일반 멤버십 카드로도 포인트 적립이 된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아 고객들이 혼선을 빚었다.
일반 멤버십 카드 포인트 적립률은 1년 전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마이 홈플러스 일반’의 포인트 적립률은 0.1%다. 홈플러스훼밀리카드의 포인트 적립률은 0.5%였으나 지난해 4월 포인트 적립률을 5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연 1000만원 이상을 소비해도 1만 포인트밖에 적립되지 않는 셈이다.
대신 신용카드 가입고객에 대한 적립률은 2%로 올렸다. 이 카드는 연회비 1만5000원(해외 겸용시)이 부과된다. 한 달에 7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연회비를 내지 않을 만큼의 포인트가 쌓인다. 체크카드 가입 고객은 구매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또 홈플러스는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가입고객 전원에게 ‘여름학기 문화센터 수강료’를 1만원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로 모바일 쿠폰이 일시적으로 다운되지 않아 고객들이 혼선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