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연구원이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기부가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 노동 정책을 적극 옹호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점점 거세지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연구원은 7일 발간한 '국내외 근로시간 단축 지원 현황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단위로는 최대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더라도 2주 동안 평균 주 52시간을 맞추거나, 노사 합의를 통해 3개월 내에 주당 52시간 이내로 근무시간을 맞추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40% 이상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인 현실에서 탄력 근로 기간을 3개월로 한정하는 것은 대기업이 지정한 납기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 납품 기업들은 매출의 80% 이상을 대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거래할 때 애로 사항으로 '납기 단축 촉박'을 꼽는 비중이 34.1%에 달하는 게 국내 중소기업계 현실"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계절적인 변수 등을 흡수할 수 있도록 탄력 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을 줄인 선진국들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우리보다 길게 설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단위 기간이 1년이며, 독일은 기본은 6개월이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일본은 노사 협약에 따라 특별조항을 넣으면 1년에 6개월은 제한 없이 초과 근무를 할 수 있고, 프랑스는 50명 미만인 중소기업은 노사합의로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다.

중기연구원은 국내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해 근로기준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이른 시일 안에 법에 명확히 해 중소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단위 기간 확대 등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을 4년 뒤인 2022년 말까지 마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003년 주40 시간 도입과 함께 제정한 뒤 15년 동안 큰 변화가 없는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도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가 1993년 근로시간을 줄이며 중기 지원 법안을 만든 뒤 2~3년에 한 번씩 법을 개정하며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것처럼 환경 변화에 맞춰 법안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인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면 중소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