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검찰, 국회 등에서 이른바 ‘삼성 때리기’가 유행이 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올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삼성을 압수수색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부처는 에버랜드 공시지가 산정의혹 감사, 반도체 사업장 정보공개, 순환출자 결정 번복 등 삼성을 겨냥한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삼성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벌 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각 기관이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최근엔 금융당국도 삼성 때리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법 시행 전에 삼성생명이 스스로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 하라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특별계정 제외)를 가진 최대주주다. 삼성생명 지분을 포함해 이건희 회장과 삼성물산 등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20.11%.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 삼성전자는 자칫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법이 바뀌면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봐야 하지만,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지나친 요구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적극적으로 알린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 평가 기준을 장부가격(2900억원)에서 시장가격(4조8000억원)으로 바꾸면서 그해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는지는 작년에도 논란이 됐다. 금감원은 작년 2월엔 이와 관련해 “회계법인 감사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달 1일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평가 기준을 바꾼 것은 분식회계라고 말을 바꿨다. 문제가 없는줄 알았는데, 다시 살펴보니 분식회계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작년 입장은)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문제 없다고 한 것이지, 금감원의 입장은 아니었다”고 해명하지만, 작년 발언이 금감원 입장처럼 보도됐을 때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증권업계도 금융당국의 의도를 순수하게 보지 않고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장 논리보다 재벌 개혁, 적폐 청산이라는 정치 논리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어 거래정지 가능성이 높다”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에 대한 압박은 문재인 정부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신임 금감원장에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를 주도했던 윤석헌 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임명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이달 초 삼성의 실질적 지배자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판단해 삼성의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이 부회장은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수십년 간 삼성을 이끌 것이다. 삼성 총수로서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는 삼성에 대한 압박과 대중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일련의 일들이 억울한 점도 있겠지만, 투명성과 준법 경영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100년, 200년 후에도 삼성이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