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오른 이유는 정말 공급 부족 탓일까."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집값 급등의 이유가 주택 공급 부족이란 것을 당연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을 뒤집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최근 발간한 '부동산 포커스'(111호)에서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집값과 전세금 동시 하락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 원장은 최근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전철·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크게 확대되면서 경기도 주택이 서울 주택의 '대체재' 성격이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하면 서울 집이 너무 비싸다면 경기도에서 주택을 구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도 아파트 준공 물량은 2011~2014년에는 연간 5만~6만 가구였지만 2015년 7만1000여 가구, 2016년 9만8000만여 가구, 2017년 13만4000여 가구가 준공됐다. 아파트 준공 물량 증가는 결과적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려는 수요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는 6만 가구가 순 유입됐지만 같은 기간 서울은 2만8000가구 줄었다. 경기도로 유입되는 가구 수(주택 시장의 수요자)가 늘고 있지만, 워낙 공급량(주택 준공물량)이 많아 경기도 전세금은 여전히 하락세다. 채 원장은 "서울 주택 가격이 상승한 이유가 공급 부족에 있다면 전세 가격도 상승해야 하는데 오히려 전세금이 하락하고 있다"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주택 시장은 '경기가 쇠퇴하는 변곡점'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경기도 아파트 준공예정 물량은 18만여 가구로 2017년보다 5만 가구 더 많다. 2019년은 2017년과 비슷한 14만여 가구에 달한다. 이 같은 아파트 준공 물량은 2000년대 후반에 비해 2~3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채 원장은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지만 공급량 확대는 그 어떤 요인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고 확실하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가 아닌 세입자 보호대책 강화와 매매시장 연착륙을 위한 장기적인 주택 수급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