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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둥지' 공유 오피스 시장, 패션·보험사도 가세

  • 조재희 기자

  • 입력 : 2018.04.20 03:13

    선발업체들 지점 크게 늘리고 다양한 분야 기업서 뛰어들어

    한화생명은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서초사옥에 공유(共有) 오피스 '드림플러스 강남'을 열었다.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 사옥 빌딩 중 15개 층을 강남권 최대 공유 오피스로 바꾼 것이다. 총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공유 오피스란 빌딩 일부 또는 전부를 장기 임차한 뒤 소규모 공간으로 작게 나눠 월 또는 일 단위로 단기 임대하는 사무실을 말한다. 홍경표 드림플러스 강남 센터장은 "자체 사무실로 쓰던 공간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위한 협업 공간으로 개조했다"며 "이미 75% 이상 계약을 마쳤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서울 시내에 등장한 공유 오피스 시장이 올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 미국 위워크 등 선발 업체들이 지점 수를 크게 늘리는 가운데 한화생명·현대카드 등 대기업과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업), 중견 패션업체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이 이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 지점 규모도 커지고 지역도 점차 부도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형화되고 부도심 진출도 늘어

    전 세계 21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1위 위워크는 올해 9월 초 서울 종각역 근처 종로타워에 10호점을 내며 전체 수용 인원을 1만500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4개 지점을 여는 데 그쳤지만 올 들어서는 3월 광화문점을 시작으로 한두 달 건너 한 개씩 새로 내는 것이다. 위워크 관계자는 "5월에는 대우빌딩으로 유명한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약 2500명 규모 지점을 연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확장 속도로 9월 이후에도 계속 지점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파크플러스는 작년 8월 국내 공유 오피스로는 처음으로 5개 층 전체를 임차해 2호점을 열었다(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스파크플러스 유니버스점 3층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 직원들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스파크플러스는 작년 8월 국내 공유 오피스로는 처음으로 5개 층 전체를 임차해 2호점을 열었다(위). 올 1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문을 연 패스트파이브 삼성2호점 3층 공용 라운지에서 입주사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방문객을 포함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아래). /스파크플러스·패스트파이브
    국내 공유 오피스의 원조인 패스트파이브도 올 1월 11·12호점을 잇달아 낸 데 이어 성동구 성수동에 새 지점을 낼 계획이다. 여기에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스 계열의 스파크플러스도 다음 달 서울역 앞에 4호점을 내기로 했으며, 기술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3월 성수동에 첫 공유 오피스인 '스테이션 니오'를 열었다.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인 태평양물산은 지난 2월 구로 본사에 300명 규모 '넥스트데이'를 냈고, 온라인 패션업체인 무신사도 다음 달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 4개 층에 1200명 수용 규모의 '무신사 스튜디오'를 개장한다. 앞서 현대카드는 스튜디오블랙을 강남역 인근에 작년 초 열기도 했다.

    공유 오피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점 규모는 대형화되고, 위치도 광화문·강남 중심에서 성수동 같은 부도심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2015년 서초·역삼에 처음 문을 열 때는 수용 인원 100~150명에 그쳤지만, 올 1월 포스코 사거리에 연 삼성2호점은 1500명까지 규모가 커졌다"며 "지역도 성수동을 비롯해 여의도·홍대 등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급증에 시장 포화 우려도

    급성장하는 공유 오피스
    공유 오피스 수요 증가는 스타트업 창업 붐이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2만8000개 수준이던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3만5000개로 약 25%가 늘었다. 창업이 늘면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사무실 문제의 해결책으로 뜨는 것이다. 회의 시설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우편물 관리, 전기료 납부 등 각종 부대 서비스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서는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업무용 메신저, 방송국 시설을 지원할 뿐 아니라 전자제품 할인 등 과거 대기업 직원들만 누릴 수 있던 혜택들도 입주사에 제공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비슷한 분야 업체들이 모이는 집적 효과도 장점이다.

    도심·부도심 재개발로 신축 빌딩이 늘어나면서 공실률이 높아진 것도 공급 측면에서 공유 오피스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위워크 관계자는 "스타트업 입주사가 많은 공유 오피스가 들어오면 건물 이미지가 좋아지는 데다 한 번에 몇 개 층씩 임대 계약할 수 있으니 건물주도 선호한다"며 "이제는 서울의 랜드마크 빌딩에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유 오피스 열기가 과열 조짐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창업이 마냥 늘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급이 너무 빨리 늘어난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 TF(태스크포스) 같은 신규 수요를 꾸준히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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