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간 CU·GS25 255곳 폐점
한달 5곳 폐점→40곳으로 늘어
폐점하면 인사고과 불이익...개인 돈으로 점주 물건 사주기도
“회사가 다니면 다닐수록 희망이 없다는 걸 느낍니다. 퇴사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이직합니다.” (CU편의점 직원 김모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와 본사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점포관리 영업직원들의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 관리점포가 폐점하면 영업직원들이 인사고과에서 패널티(벌점)를 받는 등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1만2735개의 편의점을 영업직원 780여명이 관리하고 있다. 직원 1명당 관리점포가 16곳이 넘는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GS25’(1만2635개),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9400개)도 상황은 비슷하다.
점포관리 영업직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폐점이다. 본인이 관리하는 점포가 폐점하면 인사고과에서 감점을 받고 성과급이 깎이는 등 불이익을 받아서다.
이는 편의점 수익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편의점 본사의 매출과 이익은 가맹점 수와 직결된다. 편의점 본사는 점포 매출이익의 30%에서 많게는 80%를 수익으로 떼간다. 가맹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본사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폐점하는 편의점이 크게 늘었다. 통상 3~4개 이상의 ‘다점포’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는 편의점주가 많은데,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점포 한 곳에 집중하는 점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과도한 출점경쟁도 점주 수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가 4만개를 돌파했다. 편의점 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1위 CU는 올해 1~3월까지 121개 점포가 폐점했다. 2위 GS25는 134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2016년 한달 5건 이하였던 편의점 폐점은 지난해 4분기부터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가맹점당 영업이익은 1860만원으로 1년 전(2240만원)보다 17% 줄었다. 편의점 업주가 가져가는 돈은 월 155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을 밑도는 금액이다.
본사 수익성도 덩달아 악화됐다. BGF리테일의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289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8% 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GS리테일도 1분기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4% 줄어든 것이다. 이 회사 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 사업부는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컸을 것(32%)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들 실적이 악화된 것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점주 지원을 위한 장려금과 담배비중이 확대되며 원가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팔리지만 마진이 낮아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자 점포관리 영업직원들은 편의점 폐점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어 폐기 제품을 사들이기도 한다. 일부 폐기 제품에 대해 편의점 본사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가맹점주가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설·추석 등 명절이나 밸런타인데이 등 각종 데이에는 영업직원에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할당이 떨어지기도 한다. 점주들에게 일부 지원금을 지급하고 선물세트 등을 판매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점주와 점포관리 직원간 갈등이 커진다. 매출을 못 맞추면 일부 영업직원은 사재로 물건을 떠안는다.
한 편의점 직원은 “매일 16곳이 넘는 편의점을 관리하고 신제품 발주 등 복잡한 업무를 해야하는데도 차량이나 주유비 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며 “개인 돈으로 영업하라는 건데, 실제 받는 월급은 높지않아 직원들의 퇴사가 많다”고 했다.
GS리테일은 오너가인 허연수 사장이 지난해 17억원을 연봉으로 가져간 반면 편의점 직원 2100여명은 평균 4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BGF리테일 직원 1900여명의 평균 연봉도 5000만원 안팎이다. 오너인 홍정국 부사장이 받는 고액 연봉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편의점 직원은 “퇴사자가 많은데 비해 신규 채용은 없는데, 몇년 후 편의점이 무인화되면 점포관리 직원이 필요없다는 본사 판단 때문”이라며 “앞으로 점포관리 직원들이 설 자리도 없어질 것 같아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