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성북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5년 1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 80% 아래로 떨어졌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성북구는 이 비율이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가장 높아 갭(gap) 투자자가 대거 몰렸던 곳이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석 달 사이에 전세금이 1억원 정도 내렸다. 인근 가락동에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인 '헬리오시티'가 12월 입주를 앞둔 영향을 받아서다. 이 아파트는 9510가구에 이르는 매머드급 대단지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주변 전세 시장이 더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갭 투자가 흔들리고 있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를 이용해 집을 여러 채 사서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처분해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하지만 집값, 전셋값, 거래세 등의 변수들이 모두 갭 투자에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기 때 갭 투자에 나서 아직 이를 정리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집값·전셋값 내리고 거래세 부담까지
갭 투자의 첫 번째 전제 조건인 집값 상승부터 지지부진하다. 갭 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익을 이용해 투자하는 만큼 매매가가 올라야 향후 상승분만큼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주간 기준으로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 아파트값은 0.01% 내리며 7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전셋값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시장 과열도 진정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3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09% 내렸다. 매매가는 오르지 않고, 전세가는 내리다 보니 둘 사이의 가격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도 갭 투자자에겐 부담이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다주택자의 경우 이달부터 최고 62%의 양도세율 적용된다. 그렇다고 집을 그냥 갖고 있자니 이 역시 부담이다. 금리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월 잔액기준 1.78%로,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여유 자금으로 갭 투자에 나선 게 아니라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은행빚을 내 갭 투자에 뛰어들었다면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갭 투자 비용은 평균 2억3199만원으로 작년 말보다 20.5% 증가했다. 갭 투자의 성지로 불렸던 노원구(1억1533만원)와 성북구(9825만원)도 1억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집을 여러 채 사들이기도 어렵거니와, 이를 유지·관리하는 것도 어렵다.
◇전세금 하락에 '깡통전세' 위험
갭 투자의 종말은 부동산 시장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 전셋값이 떨어질 수 있다. 전세가 안 나가면 갭 투자자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당장 전세금을 내려서라도 세입자를 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주변 전셋값보다 낮은 전세 물량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잠실 '리센츠, '파크리오', '엘스' 등 1만8000여가구가 공급됐을 때를 보면 2008년 5월부터 2009년 1월 사이 송파구 전세금은 14.54% 떨어졌다.
문제는 갭투자자가 무너질 때다. 전세 수요자 입장에서 이런 집에 들어가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있다. 이른바 '깡통전세'에 노출되는 경우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개편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예고돼 있는 데다, 대부분 지역의 집값은 당분간 보합 수준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는 주택시장 하락 국면에서 개인이나 금융시장 부채의 뇌관이 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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