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지 않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인 에너지토큰(ETK)을 '보상'으로 주면 환경에 대한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에너지 절약에 참여할 것입니다."
영국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플랫폼 업체인 에너지마인(EnergiMine)의 오마르 라힘(Omar Rahim) 창업자 겸 CEO는 11일 서울 강남 호텔 카푸치노에서 한국 진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보상 토큰 플랫폼을 통해 에너지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2040년까지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공급이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전력 생산량을 늘리거나 소비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마인은 소비자에 에너지 절약에 대한 대가로 '인센티브(보상)'를 제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가령 에너지마인과 계약을 맺은 회사의 직원이 업무 외 시간에 컴퓨터 전원을 끄는 등 에너지 절약 행동을 하면 회사는 해당 직원에 전기료 납부나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에너지 토큰을 지급하게 된다. 에너지 토큰은 거래도 가능하다. 지자체는 대중교통 이용자나 친환경 가전제품 구입자에게 토큰을 주며 에너지 저감을 장려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가상화폐,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라힘 CEO는 "에너지 절약 행위에 대해 누구도 보상받지 못하는 것에 주목해 에너지마인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에너지마인을 활용하면 기업은 직원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기업)는 습관 변화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마인은 기업에 에너지 저감 조언과 에너지토큰 거래 수수료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마인은 우선 법적인 제약이 없는 보상시스템 사업을 펼친 후 장기적으로는 개인 간(P2P) 에너지 거래 플랫폼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각국에서 전력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높은 전기료의 중간 수수료를 없애 소비자가 직접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라힘 CEO는 "각국 전력사들은 최대한 비싼 가격에 에너지를 팔고 싶어하고 관련 업체들도 가격 절감이 쉽지 않다는 것에 주목해 개인 간 에너지 거래 플랫폼을 선보였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들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마인이 영국 외 지역에 사무실을 연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은 에너지 과다 사용국이면서 동시에 가상화폐 거래도 활발한 곳”이라며 "기술력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는 "한국 대기업, 은행과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기업명은 밝히지 않았다.
에너지마인은 지난 2월1일 가상화폐공개(ICO)에서 1시간 21분 만에 400만달러를 모집했다. ICO 종료까지는 총 1500만달러를 유치했다. ICO는 향후 발행할 가상화폐를 나눠주는 대가로 자금을 모으는 기업공개와 유사한 개념이다. 에너지마인은 최근 영국 철도 국영 기업인 ‘네트워크레일(NetworkRail)’, 영국의 금융 중심행정 지역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에너지 대기업 관리자로 구성된 ‘에너지 관리자 협회’, 충전소인 ‘유로 거라쥐 (Euro Garages)’ 등 정부. 기업, 단체들과 파트너를 맺고 상용화에 나섰다.
이날 간담회에는 에너지마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드 리즈데일(Lord Redesdale) 영국 상원의원도 참석했다. 그는 "에너지 저감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행동 변화인데 여기에 일조하기 위해 합류하게 됐다"며 "에너지마인의 토큰은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에너지관리자협회(EMA), 탄소관리협회(CMA), 저에너지기업(LEC)의 CEO를 맡아 다양한 에너지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