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삼성증권 배당 사고를 조사 중인 가운데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 외에 다른 증권사들도 배당 사고를 낼 가능성이 열려있어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9일 금감원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발견된 삼성증권 사태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을 회사의 내부 통제 및 관리 시스템이 부실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담당 직원이 주식 배당의 단위를 ‘원’이 아닌 ‘주’로 잘못 입력한 시점은 사고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5일이다. 최종 결재자가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승인했고, 이 같은 오류를 다음날인 6일 오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삼성증권이 오류를 인지한 시점은 6일 오전 9시31분이지만, 잘못된 주문을 차단한 시각은 10시8분으로 37분이나 소요돼 주식시장을 왜곡하고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매도 금지 요청을 했지만 일부 직원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도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금감원은 삼성증권 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도 우리사주 배당 입력 시스템에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며 “삼성증권을 비롯한 상장 증권회사는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 입력에 의해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 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짐으로써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유령주식’이 버젓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의 문제도 드러났다. 금감원 측은 “발행주식수(8900만주)를 초과하는 수량(28억1000주)의 주식 물량이 입고돼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문제도 있다”며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직원의 주식 매도에 따라 한 때 삼성증권의 주가가 12%까지 급락해 동반 매도한 일반투자자들의 재산상 피해도 발생했다.
금감원 측은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대상으로 철저하고 엄중한 원인규명과 조치를 할 예정이며,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늘(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간 삼성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11일부터 19일까지는 현장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달 중 배당 예정인 증권사들에게 삼성증권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도록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