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반발로 법정관리와 청산의 벼랑 끝에 몰렸던 금호타이어가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로 매각되는 것이 확정됐다. 지난 2009년 이후 워크아웃 등 우여곡절을 겪은 금호타이어가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1일 오전 투표 참여 인원 2741명 중 60.6%의 비율로 더블스타 자본 유치 찬성을 결정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와 함께 지난 31일 노사가 마련한 성과급 삭감, 기본급 동결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특별합의서'도 통과시켰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2일 경영 정상화 및 단체교섭 노사 조인식을 갖고, 매각과 경영 정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더블스타와 맺을 매각 계약은 올 상반기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3년간 '먹튀' 가능성 없어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은 작년 1월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꼬였고, 작년 9월 더블스타와 맺은 1차 계약은 해지됐다. 채권단은 대안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 3월부터 더블스타 매각을 다시 추진했다. 노조는 강력 반발했지만 이날 노조원 60%가 매각을 찬성하면서 사태는 종지부를 찍게 됐다.
더블스타가 주인이 되면서 금호타이어는 코앞으로 다가왔던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채권단은 긴급 자금 수혈을 통해 2일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260억원 등 채무 상환과 3개월에 걸친 체불 임금, 거래처 대금 지급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서 더블스타가 내는 금액은 총 6463억원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전체 지분 중 45%를 차지하고 1대 주주로 올라선다. 기존 42%를 차지하던 산업은행·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지분 비율이 23.1%로 낮아져 2대 주주가 된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근로자의 고용을 향후 3년간 보장한다. 채권단은 이 기간 동안 매각이 불가능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또 금호타이어 우리사주조합이나 개별 임직원 앞으로 추후 결정할 별도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사측도 자사주를 취득해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별도로 금호타이어에 국내 시설 확충 자금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투기용 타이어를 생산하는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넘어갈 경우 안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었지만, 방산 부문은 분리 매각하기로 결정됐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상여금 반납, 기본급 동결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 정상화 방안에도 투표를 통해 동의했다. 뒤늦게라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것이다. 일단 올해 매 홀수 달과 설·추석 명절에 받았던 상여금 800% 중 250%를 반납하고, 내년 이후에는 200%를 반납하기로 했다. 광주·곡성공장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 물량에 따라 연 최대 40일의 공장 휴무(무급 20일, 통상임금 50% 지급 20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2017~2019년 임금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생산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파업)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합의했다.
◇채권단, "더블스타와 함께 글로벌 10위권 도약 가능"
업계는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인수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블스타는 2016년 매출액이 금호타이어(2조9472억원)의 28%인 8360억원으로, 글로벌 23위(금호타이어 14위)다. 중국 내 브랜드 순위 5위로,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지난 27일 금호타이어에 보낸 글을 통해, "금호타이어의 강점은 PCR(승용차용 타이어)이며, 더블스타의 강점은 TBR(트럭·버스용 타이어)"이라며 "금호와 더블스타의 합작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고, 전 세계 타이어산업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 공장도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는 2006~2008년 대규모 차입을 통해 중국에 시설 투자를 했지만, 2011년 대규모 중국 내 리콜 사태가 발생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중국 금융기관이 더블스타를 보고 차입금 연장을 예전보다 쉽게 해줘 자금 유동성이 나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의 중국 내 판매 네트워크(4500개)를 활용해 중국 내수 판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중상위 시장, 더블스타는 중하위 시장을 공략하며 매출 규모 글로벌 10위권 업체로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