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상 생활에 녹아들기 위해 넘어야 할 벽 중 하나가 ‘어린이의 호기심’이다. 로봇을 처음 본 아이들은 동선을 막아서거나 주의를 주지 않으면 괴롭히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포함해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관계맺고 윤리적, 법적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도 있다.

석상옥 네이버 랩스 로보틱스 리더가 로봇 연구에 대해 설명 중이다.

지난 13일 네이버랩스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D2스타트업팩토리에서 네이버 테크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석상옥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리더는 실내 자율 주행 로봇 어라운드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어라운드는 네이버랩스가 만든 실내 자율 주행 로봇으로 로봇 상단에 책과 같은 짐을 놓을 수 있다. 실내 지도 제작 로봇 M1이 만든 지도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M1이 고급 센서와 카메라를 탑재해 비용이 높은 반면 어라운드는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메라만으로 움직여 비용을 낮췄다.

영상에서는 예스24 서점에서 움직이는 어라운드에 아이들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책을 실을 수 있는 어웨이에 책을 계속 올려보기도 하고, 길을 막거나, 여럿이서 로봇을 막아서고 만지기도 했다.

네이버 랩스가 만든 실내 자율주행 운반 로봇 어라운드.

석상옥 리더는 “처음에 로봇에 음성을 담기도 했는데 오히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며 “인공지능(AI)으로 음성 명령 시스템을 담는 것도 오히려 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단 결론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길을 막아서거나 업무 외적으로 접근하면 가만히 있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네이버랩스는 이런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로봇이 필요하다고 봤다. 로봇이라도 함부로 다루거나 괴롭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네이버랩스는 인턴 직원들과 함께 거북이처럼 생긴 로봇 셸리(Shelly)를 만들었다.

등껍질처럼 생긴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셸리가 빛을 뿜으며 반응한다. 하지만 로봇을 때리면 셸리가 머리와 다리를 접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호기심도 해결하고 로봇을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는 가르침도 줄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랩스가 HRI(Human Robot Interaction) 학회에 선보여 디자인 챌린지에서 1위를 했다. HRI 로봇과 사람의 관계 등을 연구하는 분야다.

네이버 랩스가 HRI 학회에 선보인 로봇 셸리.

석상옥 리더는 “박사 때부터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지만 실제로 생활 속에 로봇을 적용하려고 하면서 HRI라는 분야에 관심을 두게 돼다”며 “사용자 경험(UX), 로봇 크기에 따른 사람의 반응, 심리학적 측면 등 연구 해야할 부분이 많으며 특히 어린이와 관계는 사고 위험 등이 있어 이를 중심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