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경찰서는 지난달 경북 경산 제2산업단지공단 내에서 입주계약 없이 가상화폐 채굴장을 운영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산업단지 내 공장 일부를 임대, 컴퓨터 100여대를 설치하고 가상화폐를 채굴했다. 경찰은 “A씨가 가상화폐 채굴에 많은 전력이 필요해 (산업단지 내에) 무단으로 채굴장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단지 내에는 공단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지정된 업종만 입주할 수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가상화폐 채굴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채굴장이 ‘전기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암호를 푸는 채굴기가 필요한데, 채굴기에 들어가는 그래픽 카드의 소비전력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그래픽 카드 6개가 들어간 채굴기의 소비전력은 약 600W(와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채굴업자, 값싼 산업용 전기 사용 꼼수
국내 가상화폐 채굴업자들은 채굴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일례로 계약전력 200kW를 사용하는 가상화폐 채굴장을 동절기에 한 달간 24시간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일반용 전기는 전기요금으로 1425만800원을 내야 한다. 반면 산업용 전기를 쓰면 일반용 요금의 91.5%인 1304만4000원만 내면 된다. 농업용 전기는 일반용 요금의 44%에 불과한 627만5600원만 내면 된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이 한국전력(015760)에 요청해 받은 ‘가상화폐 채굴장 위약 의심고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 1월 12일까지 3주간 전기공급약관을 위반,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다 적발된 가상화폐 채굴장은 전국에서 38곳에 달했다. 위약 전력량은 1117만9935kWh이며, 위약금은 5억992만7000원이나 됐다.
김정훈 의원은 “전기공급약관을 위반한 채 24시간 가동되는 가상화폐 채굴장은 전기판매 수익 감소, 전력설비 안전사고 유발, 전기사용계약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일회성 단속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연 4회 단속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비트코인 채굴용 전기, 아르헨티나 사용량과 맞먹어
모건스탠리는 “올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가 (전 세계적으로) 125테라와트(TW)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기(36TW)보다 247% 늘어난 수치다. 올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는 아르헨티나 전체 소비와 맞먹는 수준이며, 2025년 세계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전력 수요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슬란드 전력회사인 HS오르카는 “올해 가상화폐 채굴·거래용 데이터 센터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아이슬란드 34만 가구(가정용)의 전력 수요를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중국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 채굴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국 규제 당국이 전력사용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채굴 때문에 산업용 전력 수급에 지장이 생기면 국가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채굴로 규제 당국이 전력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미 워싱턴주 위나치(Wenatchee)는 비트코인 채굴 공장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위나치 지역 전기요금이 kWh당 2~3(21~32원)센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채굴업자는 “위나치에 3곳의 채굴 공장을 운영하며, 하루에 5~7비트코인을 얻는다”고 했다. 이 채굴업자가 사용하는 전기는 7.5MW로 1만1000가구가 사용하는 전력 수준이다. 올 7월까지 비트코인 채굴량을 하루 50비트코인으로 늘릴 예정인데, 전기 사용은 42M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