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믄 이루어진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 고레나가 가즈오 일한경제협회(일본 도쿄에 있는 한·일 경제인 친선단체) 전무가 어색한 한국말로 외치자 객석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에서 일본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파주·목포·부산 등 전국에서 350여명의 학생·교수 등이 몰려 일본 취업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소원 전경련 지역협력팀장은 "애초 100명 정도 예상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 350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뜨거운 일본 취업 열기… 세미나 인원 3배로 늘리고 목포·부산에서도
"중국 취업을 생각해서 HSK(중국어 시험) 6급까지 땄는데 사드 사태로 중국 취업이 불가능해져서 일본으로 바꿨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관심이 많아 스터디 모임도 합니다."
전남 목포에서 올라왔다는 장일봉(25·목포대 기계공학과 4학년)씨는 "국내에서도 현대글로비스 1차 협력업체에서 8개월 정도 일했는데, 해외 취업이 업무 여건이나 다른 혜택이 더 좋은 것 같아 일본 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성효(26·인천대 일어일문학과 4학년)씨는 "인문계는 국내 취업문이 워낙 좁은 데다 국내 기업이 학력을 중요하게 고려해 일본보다 국내 기업 취업이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심각한 구직난을 겪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경기 회복과 고령화 등이 맞물려 구인난이라는 우리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일본의 구인과 구직의 비율은 1.59였다. 100명당 159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청년(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최악이다.
에가시라 도시아키 경단련 아시아대양주위원장은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0곳 중 7곳이 '외국인 인재를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현재도 채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국적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학 능력이 뛰어나고 도전 정신이 넘치는 한국인 채용 일본 기업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외국인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5만5926명으로 처음으로 5만명을 넘었다.
◇"일본 취업, 아베(ABE)를 노려라"
전문가들은 일본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인성(Attitude), 일본어 능력(Better communication), 대학교 3학년부터 빠른 준비(Early bird)를 꼽았다. '일본 기업 인재상'을 소개한 유현주 퍼솔코리아(일본 인재비즈니스업계 대표 기업 퍼솔그룹 자회사) 해외취업부 일본 대표는 "한국은 학점, 어학, 리더십 등 다른 지원자보다 우월한 '스펙'을 어필해야 하지만 일본은 협동성, 소통 능력, 성장 배경 등 인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외국어 능력도 필수다. 유 대표는 "일본 기업은 외국인 사원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일본어 실력'을 가장 많이 꼽는다"며 "인문계·이공계 모두 비즈니스 관련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일본어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 취업 성공 노하우를 발표한 박재섭(일본 오릭스그룹 입사 예정자)씨는 "일본 특유의 채용 절차와 문화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통상 연 2회(상·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만 일본은 3월 채용을 시작해 9~10월에 끝난다"며 "대학 3학년 때부터 이력서, 필기시험, 면접 등을 준비해야 취업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일본은 한국보다 초봉이 높지 않고 문화가 이직에 보수적이라는 점 등은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