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또래 관계, 공부, 취미 생활 등 다양할 활동을 하고 기쁨과 슬픔, 좌절감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특히 이 시기는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녀의 건강 상태에 각별히 유의해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확인해봐야할 3가지 정보를 정리했다.

서울 남산초등학교 신입생들과 담임 교사들이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 칠판 잘 보이나요? 약시 조기 치료 중요!

자녀가 일상 생활 중 눈을 찌푸린다거나 가까이서 보려고 하는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10살 미만의 소아가 전체 약시(시력이 안좋은 경우) 환자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약시로 진단된 환아는 2만2000여명이다. 이중 10세 미만의 소아가 전체 환자의 62%를 차지한다.

특히 이번 겨울 매서운 추위 탓에 아이들은 야외 활동보다는 내부에서 TV와 컴퓨터, 게임에 많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태기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전자기기를 자주 사용하면서 눈의 피로도가 높아진데다 눈이 가까운 거리에 익숙한 상태라면 수업 중 멀리 있는 칠판을 볼 때 흐릿하게 보여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 계속돼 근시로 발전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고 흥미도 잃어 학습능력이 저하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의 시력은 서서히 발달한다. 굴절약시, 사시, 안구의 기질적인 질환, 신경학적 이상 등이 없는 경우라면 만 5~6세 정도에 교정시력이 1.0에 도달한다. 안구의 신경막인 시신경과 망막은 아동기에 적절한 시자극으로 인해 발달하고 성숙한다. 하지만 고도의 굴절 이상, 사시, 눈꺼풀 쳐짐 등으로 인해 민감한 시기에 적절한 시자극을 받지 못하면 시력 발달이 지연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후 시력 회복이 힘들어진다. 만 8세 이상에서 치료를 시작할 경우 정상 시력 회복을 보이는 경우가 23%에 불과하다. 반면 만 4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95%가 정상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석규 고대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보통 10세 전후로 소아의 시력은 발달을 멈추게 돼 이전에 시력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안과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교수는 “모든 연령의 아이에게 시력검사 시 교정 시력이 1.0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안과적 질환이 있다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으므로 추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② ‘유치’ 관리 안하면 덧니 등 부정교합 유발

조선DB

보호자들이 아이의 유치 위치나 모양이 잘못됐더라도 ‘새 이가 나면 괜찮겠지’하거나, 또는 충치가 생겼더라도 ‘이제 빠질 치아인데 고칠 필요가 있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정교합은 유치의 충치 관리를 제때 안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많이 발생한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광철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뻐드렁니, 주걱턱, 덧니 등의 부정교합은 유전적 원인으로 인해 생기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어린 시기에 유치의 관리를 적절히 못해 생기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에서 빠른 진단과 치료를 위해 3∼6개월에 한 번씩 소아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 6세가 되면 음식을 씹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일 큰 어금니인 제1대구치가 나오기 시작하고 거의 동시에 아래 앞니를 시작으로 유치들이 하나, 둘씩 흔들려 빠지고 그 자리에 영구치들이 올라온다. 앞니의 경우 후속영구치는 유치에 비해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앞니가 전부 올라올 때면 자리가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치가 안 생기도록 또는 조기치료 등으로 치아관리가 잘 된다면 모든 영구치가 올라올 즈음 자연히 모자란 공간이 해소된다.

김광철 교수는 “만약 유치가 흔들릴 나이가 되었는데도 안 흔들리고 후속 영구치도 나올 기미가 없는 경우, 반드시 소아 치과에 내원해 후속 영구치가 있는지 또는 매복 과잉치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칫솔질 등 구강 관리 교육은 필수다.

③ “머리 아프고 배 아파요”, ’꾀병’ 아닐 수도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가고, 학년이 올라가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해야한다. 또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부터 각종 학원에 다니며 또래와의 경쟁도 심하다.

“배 아파요”, “머리 아파요”라는 자녀의 말을 ‘꾀병’으로 보고 가볍게 여겨서도 안된다. 변정혜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다가 금방 멀쩡해지면 꾀병이라고 생각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성인에 비해 짧은 지속 시간을 갖는 소아편두통일 수 있다”며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했다가는 만성 두통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와 유니세프 자료 비교.

편두통은 보통 8~10세에 처음 나타난다. 어린이의 경우 한 번 발생하면 30분~2시간 정도 지속되다 말끔히 사라져 '꾀병'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어린이는 '배가 아프다', '어지럽다' 등의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편두통환자의 4%는 머리가 아닌 배가 자주 아픈 ‘복통성 편두통’에 해당한다. 두통 없이 어지럼증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병원의 여러 과를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편두통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사회 적응력과 학습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변정혜 교수는 “소아편두통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에 과민해지고, 한 달에 15일 이상 3개월간 두통이 지속되는‘만성 편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는 자세한 검사를 통해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하며 필요시에는 뇌영상 촬영검사(MRI), 심리검사, 안과검사 등을 실시한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진통제(부루펜, 타이레놀 등) 또는 트립탄 제제, 칼슘통로 차단제 등으로 치료한다. 이를 통해 편두통의 정도와 횟수가 60~70% 줄어든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자녀의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신선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햇빛을 충분히 쐬고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긴장을 풀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컴퓨터 게임을 오래 하면 오히려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어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학부모 역시 학기 초부터 아이에게 좋은 성적을 강요하기 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또래와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