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게 나야? 완전 멋진데!(Is this really me? It's so cool!)"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8 행사장. 삼성전자 전시관은 갤럭시S9에 탑재된 AR(증강현실) 이모지(Emoji) 기능을 써보려는 사람들이 셀피(Selfie·자신을 찍는 사진)를 찍는 '찰칵' 소리로 가득 찼다. 자신을 닮은 이모지가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얼굴 표정과 말투까지 따라 하자 여기저기서 "와우"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인근의 일본 소니 전시장에서도 스마트폰 이모지를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섰다.

삼성 갤럭시S9 - 이용자가 고개를 살짝 틀고 미소 짓는 모습을 삼성전자 갤럭시 S9의 AR 이모지가 똑같은 모습으로 흉내 내고 있다.
애플 아이폰X - 애플 아이폰X 이용자의 자세와 표정을 유니콘 모양의 3D 이모지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소니 엑스페리아 XZ2 -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8 행사장의 소니 전시관에서 소니 엑스페리아 XZ2를 통해 이모지 앱을 시연하고 있다.

이용자의 감정을 하나의 캐릭터로 보여주는 '이모지'가 스마트폰의 성장을 이끌 새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신저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분야에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뛰어들고 있다. 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최첨단 고화질 카메라 센서로 AR 캐릭터 구현을 더욱 손쉽게 만들어 3D(차원) 이모지 시대를 열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모지 산업

이모지는 2011년 애플 아이폰의 키보드에 얼굴 표정·행동·날씨 등을 간단한 이미지로 나타내는 이모지 기능을 탑재하면서 스마트폰 시대의 글로벌 언어로 본격 확산됐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하루 60억개 이상 이모지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카카오톡·트위터 등 소셜 메신저의 등장도 이모지 시장 성장에 촉매제가 됐다. 이모지 하나로 '기쁨·슬픔·짜증·분노' 등 감정 표현은 물론 '쇼핑 중·야근 중·운전 중' 등 상태 표시까지 나타낼 수 있다. 2011년 카카오가 자사 메신저앱 카카오톡으로 처음 선보인 어피치·네오·무지 등의 이모지는 순식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카카오는 2015년 캐릭터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카카오프렌즈를 출범시켰다. 분사 첫해 매출 103억원에서 현재 10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현재 매달 2700만명이 20억건씩 카카오톡 이모지를 쓴다. 네이버도 자사 메신저앱 라인을 통해 코니·브라운·샐리 등 각종 이모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라인이 1위 메신저앱으로 자리 잡으면서 라인 크리에이터스마켓을 통해 지난 3년간 이모지 판매 약 500억엔(약 513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인기 메신저인 페이스북과 스냅챗에서도 사진과 동영상에 붙이는 AR 스티커 등 각종 이모지가 매일 추가된다.

◇MWC에서 스마트폰의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이모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AR(증강현실) 기술을 응용해 한 단계 진화한 이모지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 시리즈에서 공개한 AR 이모지는 이용자가 셀피를 한 번만 찍으면, S9의 카메라 센서가 이용자의 눈·코·입·뺨·이마 등 100개 이상의 얼굴 특징점을 파악해 18가지 감정 표현이 가능한 3D 입체 캐릭터를 단 5초 만에 만들어준다. 이모지의 패션이나 피부색, 머리스타일 등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문자 메시지는 물론 삼성 키보드를 쓰는 모든 메시지 앱에 이모지를 쓸 수 있다. AR 이모지 인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선정한 '최고의 커넥티드 모바일 기기' 상을 받았다.

소니도 MWC2018에서 신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2카메라로 3D 캐릭터를 만드는 '3D 크리에이터' 앱 기능을 선보였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 동물 등 모든 피사체를 3D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앱을 켜고 여러 각도의 사진을 찍으면 스마트폰이 3D 이미지로 자동합성해준다. 만들어진 캐릭터는 곧장 페이스북 등 메신저로 전송하거나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도 있다.

애플은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X(텐)에서 AR 이모지 기능 '애니모지'를 선보였다. 애플의 AR 이모지는 기기 앞면에 있는 3D 카메라 센서가 이용자의 얼굴 움직임을 포착해 원숭이·강아지·여우 등 12가지 동물 캐릭터로 바꿔준다. 아이폰X의 안면 인식 기능을 위해 탑재된 트루뎁스 카메라가 3만개의 레이저 점을 쏘아 3D로 만들기 때문에 이용자의 미간 주름부터 입술 떨림 등 세밀한 표정 변화까지 담아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주얼이 새로운 언어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제는 이모지가 삼성과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모지(emoji)

1999년 일본 1위 통신업체 NTT도코모 직원이 만든 250개 그림문자에서 시작됐다. 이모지라는 단어도 '그림 문자'라는 뜻의 일본어 에모지(繪文字)에서 유래한다. 이용자의 감정이나 날씨 등을 직관적인 캐릭터로 표현해준다. AR(증강현실) 이모지는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눈·코·입 등을 카메라 센서로 인식해 다양한 입체 캐릭터로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