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기점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요 감소세 뚜렷
물량 공세 대신 프리미엄 제품 중심 수익성 강화 나설듯

삼성전자(005930)무선사업부가 올해 연간 휴대폰 판매량 목표치를 4억대 미만으로 하향조정했다. 2012년 이후 6여년 동안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 목표치는 4억대에서 4억5000만대 수준을 넘나들었지만, 올해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고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출 목표치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계획에서 휴대폰 판매량 목표치를 3억대 후반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량 목표가 4억대 아래로 떨어진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1분기에 경영 계획을 공유해 임직원들에 구체적인 사업 목표를 공유한다.

고동진(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IM)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올해 휴대폰 시장 전망을 다소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여년 이상 증가해오던 시장 수요가 서서히 포화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4억785만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5.6% 감소했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한 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하향세가 뚜렷하다. 세계 최대의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는 유독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1%대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애플이 13%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불리며 매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는 최근 중국 샤오미에게 1위를 내주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왔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년보다 1%포인트 줄어든 24%의 점유율로 샤오미(25%)에 밀렸다. 레노버, 비보, 오포 등 다른 중국계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생산단가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MWC 2018’에서 공개한 갤럭시S9부터 AI 딥러닝(Deep Learning), 10나노 옥타코어 프로세서, 기가급 속도의 LTE·와이파이 칩이 탑재되면서 생산단가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D램 등 핵심 부품 단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량 목표치가 하향조정된 것을 두고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는 거품이 꺼지는 단계”라며 “이 가운데 삼성은 이익률이 낮은 중저가 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의 판매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