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를 모두 전산에 담아내야할 뿐 아니라 이를 가급적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힘에 겨운 것 같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상품 출시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래픽 = 양인성 기자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지난해말까지 선보이겠다고 야심차게 밝혔다. 또 근저당설정계약서와 주담대 약정서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를 넘겼지만 케이뱅크는 아직 주담대 상품 출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3일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내놨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담보로 한정된 금액(1000억원)만 판매되는 상품이다. 하지만 일반 주담대 상품에 대해선 아직 출시 계획을 잡지 못했다.

케이뱅크(2017년 4월)와 카카오뱅크(2017년 7월)가 출범한 지 각각 10개월과 7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개인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담대 상품 출시가 늦어지는 것은 정부의 잇따른 대출규제 정책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장점인 비대면 대출 상품을 내놓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주담대에 적용되는 정책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이런 조건들을 전산에 반영하기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세종시, 경기도 과천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이 지역에선 일괄적으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 40%가 일괄 적용된다. 기존 LTV 한도 60%, DTI 한도 50%에서 강화된 것이다. 투기지역인 서울 11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와 세종시에서는 주담대가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됐다.

두달 후 발표된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보유한 대출자의 DTI 계산법을 고쳐 기존 주담대 원리금 상환부담 전액을 반영하는 신DTI 규제가 도입됐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대출금액을 대출만기로 나눠 실질적인 대출부담액을 정하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도 금융사의 건전성 유지 관리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주담대를 받기 위해선 해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인지, 세대원인 배우자나 자녀가 기존 주담대가 있는지, 마이너스통장은 얼마를 받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알아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담대를 받으려는 고객이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도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족들의 대출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어서 결국 가족들도 영업점에 와서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서류를 제출하고 상담원의 비대면 확인 작업을 거쳐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모든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인터넷은행의 전산시스템이 이런 부분을 모두 담아내는 작업은 쉽지 않다.

대출상담과정도 기존 인터넷은행의 시스템으로는 아직 따라가기 어렵다. 주담대처럼 복잡한 규정이 얽혀있는 대출상품을 설명하고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선 인터넷 은행 직원이 일반 은행원 정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상담 직원들을 은행 텔러 수준으로 교육시켜야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는데 주담대의 경우 교육을 시켜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고 했다.

주담대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가 쉽게 대출상품 출시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