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 5년여간 월급을 모아 5000만원을 마련했다. 김씨는 결혼 밑천이 될 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 중이다. 주식이나 펀드에 넣자니 최근 크게 오르내린 증시가 부담스럽다. 예·적금은 이자가 고정돼 있어서 금리 인상기에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최근 김씨처럼 뭉칫돈을 쥔 채 투자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수시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24조원 가까운 돈이 몰린 것만 봐도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만 해도 MMF에서는 17조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파킹 통장'이 주목받고 있다. 파킹(parking) 통장은 잠시 주차를 하듯이 곧 떠날 돈을 아주 짧게 보관하는 통장을 말한다. 보통은 주차장에서처럼 차(돈)를 아무 때나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은행 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가장 많지만, 증권·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 상품과 이자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최근에는 이탈자가 늘고 있다. 은행은 대부분 연 0.1~0.2% 수준의 이자를 준다. 반면 증권사는 연 1% 안팎, 저축은행은 최대 연 2~3%대다. 은행 상품보다 10배에서 20배가량 이자를 많이 준다.

증권사들은 주식이나 펀드 등의 투자 예수금 명목으로 계좌를 발급하고 이자를 준다. 일반적인 증권사 통장으로 불리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는 예금자 보호가 안 된다는 점에서 예수금 계좌와는 다르다. 증권업계에서 이자를 가장 많이 주는 곳은 '펀드 슈퍼마켓'(온라인 펀드 직접 구매 사이트)으로 오는 26일부터 연 1.3%의 이자를 줄 예정이다.

이자는 저축은행이 은행과 증권사보다 훨씬 많이 준다. 웰컴저축은행이 최대 연 2.5%를 주고, SBI저축은행이 최대 연 1.9%를 준다. 하지만 급여 이체나 통신료·보험료 등의 요금 납부 자동이체 등록 등을 대가로 우대 금리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OK저축은행은 아무 조건 없이 연 1.7%의 이자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