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구 헌인릉 주변에 위치한 서울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용인서울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보이는 ‘서울농업기술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까’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 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지도사업, 교육훈련, 농업특화사업 등을 관장한다. 1962년 3월 21일 제정된 농업진흥법에 따라 시군에 설치된 농업관련 계몽지도, 기술보급 및 훈련을 담당하는 농촌진흥청 산하 농촌지도소가 1998년 10월 이름을 바꾸면서 탄생했다. 당초 설립 취지대로라면 대한민국 최대 도시 서울에 있는 서울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서울농업기술센터는 지방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와 달리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비닐하우스 몇 동과 3층짜리 양옥 건물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권혁현 농업기술센터 소장(사진·권혁현 소장이 센터에 설치한 수경재배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을 만나 농사를 지을만한 땅이 없다고 생각되는 서울농업기술센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어봤다.

-농업기술센터의 기본 역할은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기관이 아닌가. 농지도 없을 것 같은 서울에 농업기술센터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고층빌딩이 많아서 그렇지 서울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농지가 있다. 대략 소개하면 강동구에서는 채소를 재배하고, 강서구에서는 벼농사를 주로 짓는다. 서울 북부인 도봉구는 배가, 서울 남부인 서초구는 화훼가 특화돼 있다. 신경을 써서 지나다보면 서울에서도 농장들을 볼 수 있다.”

-이들 농가를 대상으로 다른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가.

“물론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농부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농업기술센터는 다른 농촌지역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와 비교하면 역할이 약간 다르다. 도시농업 전문가 육성, 생활원예, 귀농·창업농 교육, 천연연색·전통음식 만들기 등의 교육 비중이 훨씬 크다.”

-생활원예, 귀농·창업농 교육, 천연연색·전통음식 만들기 등은 땅이 없어도 가능하다지만, 농사를 지으려면 농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한국의 도시농업은 상업적 목적이 아니어서 큰 규모의 농지가 필요하지 않다. 아파트 베란다도 좋고, 담벼락 밑, 화단 옆 한켠 등 자그마한 자투리 땅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아이들이 체험학습할 수 있는 학교의 빈터도 좋다.”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용으로 설치한 실내 채소재배시설(왼쪽부터), 산삼재배 시설, 딸기 재배 온실.

-서울에 이런 자투리 땅들이 많은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지 서울에도 자투리 땅이 많다.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하는 땅의 면적이 점차 커질 수 있는 배경이다. 그 덕분에 2010년 29h헥타아르(ha)불과 했던 도시농업 공간은 2016년 164ha로 6배 가까이 확대됐다. 원래 도시농업의 취지가 방치된 자투리 땅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것인 만큼 앞으로 면적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농업이 부각되고 있지만 상업성은 없지 않은가.

“원래 한국형 도시농업은 돈을 벌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직접 키워 자급하게 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땅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외국처럼 건물에서 식량과 채소를 재배해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 3.3m2(1평)의 매달 임대료가 수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하는 상황에서 농업을 통해 돈을 벌 수가 있겠나.”

-서울시가 귀농·귀촌·창업농 교육에 적극적이라고 했는데.

“한국의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인구가 210만명인데 이미 이들의 은퇴가 시작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골 출신들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고향에서 여생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다. 도시 출신이지만 각박한 도시의 삶에 찌들어 시골에 내려가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렸을 때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다. 문제는 귀농귀촌을 하고 싶은데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없이 시골에 내려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귀농·귀촌·창업농을 선택한 3가족 중 1가구가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 서울농업기술센터가 귀농·귀촌·창업농 교육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이들이 농촌 생활에 제대로 적응해야 결국 서울시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창업농을 선택한 것은 개인의 결정인데, 이들이 실패하면 서울시에 부담이 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서울시 나름의 계산이 담겨 있다. 시골에 내려간 귀농·귀촌·창업농의 상당수가 모아둔 돈만 까먹고 서울로 다시 올라온다. 돈을 다 썼으니 서울에 다시 올라오면 생활의 질이 시골에 내려갈 때보다 최소 한 단계 이상 떨어진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들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시골에 내려갔다가 다시 서울에 올라온 사람에게 들어가는 연간 사회적 편입비용이 1인당 169만원인데 이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무료나 다름없이 귀농·귀촌·창업농 교육을 진행해도 효과가 크다.”

-사실 주변에 귀농·귀촌 하려는 이들이 많긴 하다.

“맞다. 그래서인지 서울농업기술센터가 진행하는 교육 수강 경쟁율은 3 대 1일 정도로 치열하다. 무료나 다름없고 트랙터 등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장비 운용을 배울 수 있어 귀농·귀촌·창업 희망자들이 몰린다.”

-서울농업기술센터가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중점사업은 수경재배 등 도시농업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다. 센터에 비닐온실을 만들어 산삼을 키우는 것도 수경재배로 다양한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 건물 외벽에 덩굴을 키워 여름철 냉방비를 줄일 수 있는 녹색커튼 사업도 올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한여름 유리건물에 10m 정도 자라는 나팔꽃·제비콩 등의 덩굴식물을 키워 복사열을 차단하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는데 사업이 정착되면 냉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농업기술센터는 다양한 농업 관련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기술 개발 사업 같은 것은 없나.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학습·체험용 재배상자를 만들기도 했고, 간이 수경 재배기의 경우 특허도 받았다.”

-마지막으로 농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농업이 주는 즐거움은 크게 ▲가꾸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나누는 즐거움 ▲신체가 즐거워지는 즐거움 등 5가지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장점이 많은 만큼 교과 과정에 농업 시간을 넣어 어린이나 청소년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