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③ '농업의 반도체' 종자산업..."파프리카 씨앗은 같은 무게 금값의 2배 넘어"

조선비즈
  • 박지환 기자
    입력 2018.02.10 06:00

    아시아종묘 소속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종자싹을 살펴보고 있다. /아시아종묘 제공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산업 세계 시장 규모는 780억달러(약 8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농작물 종자 시장은 450억달러(약 50조원)로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3대 종자 회사가 몬산토 등 다국적 종묘회사에 모두 매각되면서 종자산업의 토대가 거의 붕괴됐다. 이 때문에 한국은 종자 수출로 인한 로열티 수입보다 종자 수입에 따른 로열티 지급이 훨씬 많다. 농촌진흥청은 2011년 한국이 외국에 지불한 종자 로열티가 약 172억원이고,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20년 부담해야 할 로열티는 7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종자산업을 꿋꿋히 지켜온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아시아종묘. 1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사진)를 만나 한국의 종자산업과 아시아종묘의 성장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종자에 대한 관심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종자가 왜 중요한가.

    “씨없는 수박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우장춘 박사의 말씀을 빌리겠다. 우 박사는 ‘씨앗은 하나의 우주며 종자 산업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미래 성장사업이자 건강한 먹거리 생산은 물론 친환경 에너지 원료와 질병 치료에 필요한 물질까지 지닌 보물창고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은데.

    “건국대 원예학과를 마친 뒤 대학원에서 채소학을 전공했다. 1987년 서울종묘에 입사해 동남아 수출팀장으로 일하다가 1991년 고려종묘로 옮겨 경영 담당 총괄실장이 됐다. 1992년 전공을 살리려고 ‘종자 입국’이라는 뜻을 품고 아시아종묘사를 세웠다. 사업은 쉽지 않았다. 자금이 떨어져 존폐의 기로에 놓인 적도 여러번이다. 친구에게서 빌린 돈으로 수입한 허브가 대박을 터뜨려 폐업 위기를 간신히 넘긴 때도 있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신품종 종자를 어렵게 개발해도 농민들은 한 해 농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새 종자를 선뜻 구입하려 하지 않았다. 농민 몇 명을 끈질기게 설득해 재배한 쌈채소, 어린 잎 채소, 먹는 꽃 등이 잇달아 히트를 치면서 회사 인지도가 높아졌고, 지금의 아시아종묘로 클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아시아종묘에서 개발한 파프리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쌀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왼쪽). /아시아종묘 제공
    -종자산업의 미래는.

    “종자산업은 먹거리와 직결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꼭 필요하면서도 성장성이 커 농업의 반도체라고 불린다. 파프리카 씨앗의 경우 g당 가격이 9만1000원으로 같은 무게의 금 값 4만2000원의 2배 이상이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농자산업이 인공지능(AI)이나 정보기술(IT)보다 더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0년 세계 농작물 종자산업 규모가 615억 달러(약 7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할 정도다.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몬사토의 경우 한 해 매출액(2014년 기준)이 107억 달러(12조305억 원)나 된다.”

    -몬산토, 듀퐁, 신젠타 등 거대 다국적기업이 이미 세계 종자시장 장악한 것 아닌가. 이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종자산업의 특성상 하루 아침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 오랜기간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종자 산업은 최소 7년에서 10년 정도의 장기 연구를 통해 성과가 창출되는 지식기반산업이다. 총성 없는 종자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년 매출의 15% 정도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국내 거래처는 물론 20년 넘게 신뢰를 쌓은 해외 36개국 257곳에서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있다. 연구를 위해 경기도 이천 생명공학육종연구소, 김제 육종연구소, 전라남도 남부 생산기술연구소의 총 3개 연구소를 가동 중이다. R&D 인력이 전체 직원의 40%(82명)를 차지할 정도로 신품종 육성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종자업체 중 연구인력 비중이 가장 높다. 연구를 위해 베트남·인도·터키에도 농장을 운영 중인데, 이들 농장은 2~3모작이 가능해 5∼10년 걸리던 품종 개발기간을 3∼5년으로 단축했다.”

    -자랑할만한 연구성과물이 있다면.

    “아시아종묘가 지난해 출시한 신품종 종자만 100종이 넘는다. 일종의 특허인 ‘품종보호’ 등록 종자로 양배추 43개, 고추 7개, 배추 6개, 수박 4개, 참외 3개, 오이 3개 등 13개 작물 신품종 93개를 갖고 있다. 또 콜라비·양구슬냉이 등 13개 작물 신품종 61개는 품종보호를 출원 중이다. 주요 신품종은 속이 노란 수박, 검은 토마토, 보라색 고추, 맵지 않은 오이맛 고추, 월동 양배추 등이다. 항산화 물질을 함유한 배추, 혈당 강하 성분이 든 고추, 항암 성분이 있는 브로콜리 등 기능성 품종도 개발했다. 토마토·양배추·호박·고추·수박·배추·무 등의 신품종 육종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특히 양배추와 브로콜리 품종 개발, 유색 어린 잎 채소와 새싹채소 육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저수익 품종을 정리하고 토마토·수박·멜론·단호박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열매 채소(과채류) 신품종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채소보다 시장 규모가 6배 이상 큰 곡물 신품종도 개발 중이다.”

    -해외 시장 확대 전략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국·인도·유럽·중동 등 총 36개국의 257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인도와 터키에는 각각 법인과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중국·미국에, 내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2020년 카자흐스탄에 현지법인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또 세계의 다양한 유전자원의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3~4년 안에 터키나 러시아에 있는 우수한 중소 종자기업을 인수합병해 다국적 기업으로서 기반을 충실히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이미 몇몇 기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

    -향후 계획은.

    “2021년까지 매출 6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국내 300억원, 해외 300억원으로 매출 비중을 5대5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또 자재 백화점을 설립해 향후 고객들이 텃밭을 둘러보고 자재 백화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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