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와 비용 절감(cost down)’, ‘면역항암제’, ‘알츠하이머’, ‘유전자치료제 시장’, ‘RNAi 플랫폼.’

조영국 글로벌벤처네트워크(바이오분야 벤처기업 경영자문회사) 대표가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흘간 개최된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2018)’의 주요 화두로 꼽은 키워드다.

조 대표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개최한 제1회 제약‧바이오 글로벌 사업개발 전략 세미나에서 개최한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2018) 참관 후기를 발표했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1500개의 기업들을 검토하고 140개 기업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코오롱생명과학, 제넥신, 신라젠 등의 경영자문 역할을 하는 등 정부와 대학교, 연구기관, 민간 기업 등의 심사, 정책 결정, 기술사업화, 경영자문 등을 해왔다.

8일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열린 ‘제1회 제약·바이오 글로벌 사업개발 전략 세미나.’

올해로 36회째를 맞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500개 제약·바이오 회사와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전세계 유망 제약·바이오 기술이 모이고, 투자자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투자나 계약을 할 수 있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월스트리트의 쇼핑몰’에 비유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본 헬스케어 분야의 주요 이슈를 핵심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① “가격을 줄여라!…바이오시밀러 커지는 기회”

조영국 대표는 “의료비·약가 인하(Cost down)은 큰 이슈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여기에는 단순히 약가 인하 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어떻게 하면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담론도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등 세계 국가에서 의료비 재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표적인 예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와 항암제 아바스틴(Avastin)의 바이오시밀러를 가진 글로벌 제약사 암젠(Amgen)이 레미케이이드(Remicade)와 리툭산(Rituxan)의 임상 3상을 진행함과 동시에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Soliris)의 바이오 시밀러 1상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렇게 아껴진 의료비 재정은 다시 혁신적이지만 높은 가격이 붙은 신약의 재원으로 사용된다”면서 “바이오시밀러와 혁신 신약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미국이 자국 제약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미온적이지만, 앞으로는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의약품을 더 싸게 공급하고 바이오시밀러를 더 많이 확대해갈 것”이라면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② 면역치료제 개발 뜨거운 관심

글로벌 제약 시장은 ‘면역치료제(immunotherapies) ’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면역치료제는 전세계에서 26개가 승인됐으며 271개의 타깃(targets), 2004개의 파이프라인이 현재 연구·개발되고 있다.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2020년 약 40조원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보다 넓은 암종에 적용할 수 있고 효능을 보이는 환자 군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치료 효과가 있다.

조 대표는 “항PD-1, 항PD-L1 계열의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률을 높이기 위한 병용 요법 연구가 대세”라면서 “새로운 기전의 LAG-3, IDO-1 저해제 등과 병용요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면역항암제가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나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인 빌게이츠(Bill Gates)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③ 알츠하이머 치매 정복을 위한 끝없는 노력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하는 글로벌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과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갠테네류맙(Gantenerumab)의 임상 3상을 2019년에 종료할 예정으로 알려져 큰 관심을 모았다.

조 대표는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인 빌게이츠(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치매발견펀드(dementia discovery fund)’와 스타트업에 각각 5000만 달러씩 총 1억달러(109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며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④ 유전자치료제 시장 본격화

조 대표는 “유전자치료제 시장이 본격화 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스파크 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의 ‘럭스티나(Luxturn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바이오마린(Bio Marin)의 혈우병 A 치료제 BMN270, 블루버드(Bluebird)의 소아 뇌 부산백질이영양증(CCALD)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인 렌티D(Lenti-D)가 임상 3상 중”이라면서 “유전자 치료제의 적용 분야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⑤ RNAi 플랫폼 부각

알앤에이아이(RNAi) 기반 치료제의 부상도 기대되고 있다.

이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mRNA에 작용해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RNA 간섭(RNAi)'이라는 원리를 기반으로 한 핵산 치료제다. 세포 속 RNA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들에 비해 표적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 생성 자체를 억제할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 대표는 “미국 신약개발 벤처기업 앨나일람(Alnylam)은 아직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없는데도 RNAi 기반 핵산 치료제의 출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가 총액은 14조원 달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 회사가 hATTR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RNAi 치료제 파티시란(Patisiran)이 임상 3상을 마쳤으며 안티센스(antisense) 기반 기술을 보유한 아이오니스(Ionis)도 동일한 적응증에 대한 치료제인 이노테센(Inotersen)의 연내 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 RNAi 플랫폼도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향후 RNAi 치료제는 현재 유전병 치료제에서 벗어나 고지혈증 치료제, 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영국 대표는 전자제품박람회(CES)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행사를 비교해 현재 세계 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CES에서 삼성과 LG과 주인공이라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한국인, 한국 기업은 사실상 주변에 있다”며 “이 행사에 참석하는 나라는 20개가 안되는 데 우리는 이 중 13번째 정도의 기술력과 규모이고,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서정진(오른쪽 마이크 든 인물) 셀트리온 회장이 제36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해 회사의 미래 성장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계속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성과를 낸다면, 또 좋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내 제약사, 바이오 기업들이 계속 글로벌 무대로 나와 기술력을 알리고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현재 인수합병(M&A), 기술이전, 공동 사업화 등 신(新)기술, 신사업의 방향을 고민하는 제약사와 틀에 박혀 기계적으로 지금 하는 일만 하는 제약사의 기업 가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국내 제약사 오너 2세, 3세들에게 이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