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등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제빵기사 등 협력업체 직원 고용안정 문제 등이 확산되면 이들 업체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맹본부의 재무적 어려움이 커지면 이미지 추락, 마케팅 축소, 각종 지원 제한 등으로 가맹점 매출이 줄고 이는 가맹본부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작년 9월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5억원으로 자본이 완전 잠식됐다. 이 회사의 자본이 바닥난 것은 2014년 이후 3년만이다.

당시 CJ푸드빌은 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본잠식을 탈피했다. 이 채권은 사실상 ‘빚’이지만,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된다. 5년간 3.89% 이자를 내야하고, 이후부턴 스텝업(단계적 금리 인상) 조항이 있어 금리가 가산된다. 만기는 30년이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5년내 상환한다. CJ푸드빌이 매년 내는 이자(금융비용)는 90억원 안팎이다.

CJ푸드빌은 5년만기가 끝나는 2020년에는 500억원의 영구채를 상환해야 한다. 통상 채권을 차환(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하는데, 자본잠식 상태에서는 차환이 불가능하다.

이에따라 CJ푸드빌은 수익이 좋은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를 분사시켜 일부 지분을 해외 재무적투자자(FI)에게 매각(1300억원)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매각은 오는 26일 완료될 예정이다.

◇ 중국 뚜레쥬르 부진에 3년만에 또 자본잠식
문제는 적자 점포에 대한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알짜 사업부 매각과 분사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CJ푸드빌 자본잠식은 해외 빵 사업 부진이 배경이다. CJ푸드빌은 중국 북경에서 뚜레쥬르 사업이 매년 약 90억원씩 손실을 내고 있다. 상해(-13억원), 광저우(-6500만원), 충칭(-4300만원)에서도 적자를 냈다. 일본(-24억원), 베트남(-16억원)을 포함하면 해외에서 1년간 낸 손실이 153억원에 달한다.

국내 분위기도 녹록치 않다.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고용 여파로 현재 제빵기사 임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소속으로 가맹점에서 근무하던 제빵기사들은 파리바게뜨 본사의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되면서 근무 여건이 대폭 좋아졌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제빵기사 1명, 휴일 지원기사 1명을 약 450만원에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는 제빵기사가 300만원, 휴일 지원기사가 150만원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분(16.4%)을 더하면 제빵기사 인건비는 약 350만원으로 올라간다.

뚜레쥬르는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의 근무시간을 계산한 뒤 협력사에 보고하면 협력사가 비용을 제한 뒤 제빵사에 월급을 지급한다. 제빵사 월급은 경력 등에 따라 다르지만 월 230만~25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수준에 맞추려면 임금을 20% 이상 인상해줘야 한다. 또 CJ푸드빌은 최근 가맹점에 필수물품 공급가격을 20% 가량 낮추기로 결정, 비용 부담이 커졌다.

CJ푸드빌 측은 “제빵기사 임금 인상은 현재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며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현재 재무적인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국파파존스도 부채비율이 1336%(2016년말 기준)에 달한다. 한 해동안 낸 당기순이익은 90만원으로 자본 90%가 잠식됐다. 파파존스는 40개의 직영점과 74곳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약 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가맹점 수는 311곳이다. 이미지 추락으로 가맹점들의 수익이 급감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가맹점 50여 곳은 사업을 접었다. 거래소는 MP그룹의 상장폐지 결정을 오는 10월까지 유예키로 했다.

애슐리·자연별곡 등을 운영 중인 이랜드파크는 지난 2016년 8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776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하면서 부채비율은 380%를 기록 중이다.

◇ 커피전문점 양극화 심화...카페베네·커핀그루나루 등 자본잠식·법정관리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은 경쟁이 치열해 승자독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곳은 적자를 내거나 자본이 잠식된 곳도 많다.

국내 100여곳의 가맹점을 운영중인 커핀그루나루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2014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년 10억~2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내면서 미처리 결손금이 불어난 탓이다. 전국에 410곳의 매장을 운영중인 탐앤탐스도 2016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다. 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부채비율은 291%로 높은 편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코코브루니, 롯데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 등도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2016년 기준 코코브루니는 21억원, 롯데지알에스(구 롯데리아)는 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영난에 시달려 온 카페베네는 지난달 12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 창업자인 김선권 대표의 30억원대 삼성동 자택도 경매로 넘어갔다.

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약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디야는 100억원, 커피빈코리아도 7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성동구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은 법이기 때문에 지키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도외시하며 인건비만 올린다는 발상이 말이 되느냐"며 "주휴수당 포함 시급 9200원을 주고 있는데 대학교 서무직이 받는 임금보다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