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자 외국계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식음료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격인상을 ‘편법’으로 판단한 정부 방침에 따라 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이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다.
코카콜라는 1일부터 17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4.8% 인상했다. 주요 품목별 인상률은 코카콜라 250ml 캔 5.1%, 500ml 페트 3.5%, 1.5L 페트 4.5% 등이다.
커피빈코리아도 이날부터 음료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 등 일부 음료 가격이 평균 200∼300원 올랐다. 외국계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써브웨이도 이날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최대 8.6% 인상했다.
KFC는 최근 6개월 간격으로 두번의 가격 인상에 나섰다. KFC는 지난해 6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데 이어 이번달에도 24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식음료업체들은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수년째 가격 인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이 오르며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외식물가를 특별관리하겠다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제1차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제14차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치킨·김밥·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상으로 소비자단체 특별물가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한 편법적 가격 인상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서 고 차관은 "특별한 인상요인이 없음에도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요인 대비 과다하게 가격을 올리는 등 편법적 가격 인상 사례를 방지해 인플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 물가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가 8년만에 주요 메뉴 가격을 올리자 공정위 직권조사를 했다. 당시 BBQ는 가격 인상을 철회했고 일부 치킨 업체는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전후해 물가관리 담당 부처인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촌, BBQ, BHC 등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년째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CJ계열 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는 2012년, 롯데 계열 엔제리너스 또한 2015년 이후 가격을 동결 중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인건비 부담으로 가격 인상을 내부 검토했으나 최근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상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안다”며 “국내 기업이 정부 눈치를 보는 와중 외국계 기업만이 거침 없는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