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종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선 "세종이 서울 강남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값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4.29%)으로 상승하면서 세종시에 집을 사 둔 공무원 상당수가 시세 차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서로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비교하는 대화가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2014년 3억원이었던 30평대 아파트가 지금은 5억원이 훌쩍 넘는다"며 "경제 부처에서 일하는 우리도 집값이 이렇게 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세종이야말로 진정한 '행복 도시'"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본래 의미인 '행정 중심 복합 도시'여서가 아니라 '아파트를 사두면 행복해지는 도시'란 뜻이다. 이달 초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2016년에 비해 1.48% 올랐다. 세종시는 4.29% 오르며 서울(3.64%)을 제치고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제일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처가 집중돼 있어 실수요가 점차 증가할 뿐 아니라 기반 시설이 늘면서 점차 도시가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449만원이던 세종시 아파트 1평(3.3㎡)당 가격은 현재 1016만원으로 2배 이상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세종시 인구는 8만4000명에서 27만명으로 증가했다. 세종시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세종시를 청약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지만 집값이 하락한 적은 없다.

세종시는 아파트 분양시 50%를 우선적으로 세종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특별 분양하고, 나머지 50%를 일반사람들에게 분양한다. 세종시의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과거 세종으로 정부 청사가 이전할 때 반발하는 공무원이 많았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의 '승자(勝者)'인 셈"이라고 했다. 세종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월세를 주고, 정작 본인은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도 꽤 있다고 한다.

반면 세종시에 집을 사지 않은 공무원들은 동료의 '부동산 대박'을 바라보며 허탈감을 느낀다. 자녀 교육 문제로 서울에 집을 두고 세종에서 혼자 월세 생활을 하는 50대 공무원은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조금씩 저축해서 사는 게 떳떳하다고 생각했는데, '앉아서 몇억을 벌었다'는 동료 이야기를 들으면 '그동안 나는 뭘 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