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을 비롯한 기존 대다수 엔진은 기체 입자나 분자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며 운동에너지를 만든다. 이른바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는 열역학제2법칙에 따른 것이다.

물리학계에서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를 의미한다. 차가운 손으로 따뜻한 커피잔을 잡고 있을 때 손과 커피잔의 온도가 달라 온도가 높은 커피잔에서 온도가 낮은 손으로 열이 이동한다. 이는 일정한 질서가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손과 커피잔은 같은 온도에 도달하며 열을 전달한 입자들은 한쪽 방향으로만 향하지 않고 무작위 운동을 하며 무질서한 상태(엔트로피)가 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에서는 거꾸로 커피가 뜨거워지고 손이 차가워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존 엔진의 효율성은 이같은 열역학제2법칙이 결정했다. 무작위로 움직이는 분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 에너지를 만드는 데 열을 가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그러다 물리학자 맥스웰이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개념을 제안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이는 어떤 가상의 존재(도깨비)가 온도가 같은 두 방 사이에 앉아 오가는 기체 분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해 빠른 분자와 느린 분자를 각각 다른 방에 모으면 두 방의 온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이론이다.

열역학제2법칙을 거스르는 이 이론이 나온 뒤 과학자들은 분자의 위치와 속도 '정보'를 '일'이 가능한 에너지로 만드는 '정보 엔진' 개념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이 정보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시도했지만 최대 75%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박혁규 연구위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 사진)이 이끄는 연구진이 그동안 불가능했던 효율 100%의 정보 엔진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무작위적으로 운동하는 작은 입자를 레이저 빛을 이용해 가두고 입자가 오른쪽으로 치우칠 때마다 레어지를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반복해 무작위 방향으로 운동하던 입자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입자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오른쪽으로 입자를 옮긴 것이다.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컴퓨터가 입자 위치를 측정, 조건에 맞으면 레이저를 이동시켰는데, 컴퓨터가 ‘맥스웰의 도깨비’ 실험에서 도깨비 역할을 한 셈이다.

완전한 ‘맥스웰의 도깨비’를 실험실에서 구현한 이번 연구를 맥스웰의 도깨비와 비교한 모식도. 컴퓨터는 입자의 위치 정보를 읽고, 판별해 레이저 위치를 조절(피드백) 한다. 맥스웰의 도깨비는 분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고, 조건에 맞으면 문을 연(피드백)다.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도깨비가 컴퓨터인 셈이다. 연구진이 구현한 정보 엔진은 정보를 모두 일로 전환하는데 낭비가 없어 효율 100%를 달성할 수 있다.

박혁규 연구위원은 “간단히 말해 입자의 움직임을 레이저로 측정해서 한쪽 방향으로 가는 것만 골라냈다고 보면 된다”며 “정보 엔진 효율을 100%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입자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저로 피드백을 주는 일련의 과정이 이상적인 수준으로 정확하게 빠르게 이뤄지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이번 연구로 입자 정보를 이용한 열 엔진의 실혐이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나노로봇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