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를 활용한 공인인증서 제도가 결국 폐지된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주요 금융사 거래에 널리 활용됐다. 하지만 지문이나 홍채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바이오인증과 영상통화 등을 이용한 인증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공인인증서의 의미가 퇴색됐다.
특히 공인인증서는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에서만 구동되는 액티브X 프로그램을 깔아야만 이용할 수 있어 크롬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엔 장애물이 됐고 박근혜 정부시절부터 폐지를 추진해 왔다. 특히 외국인들이 발급받기 어려워 한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최대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인증시장이 공인인증서 위주로 획일화돼 있어 액티브X 없이 실현 가능한 신기술 인증수단의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며 “액티브X를 쓰지 않는 다양한 인증도 법적 효력을 동일하게 부여한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 변경 이후에도 기존 공인인증서는 명칭이나 효력 등 우월한 법적 지위만 폐지되고 다양한 인증수단 중 하나로서 지금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인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모든 인증수단에 대해 자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는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생체인증 등 인증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공인‧사설인증서간 차별 폐지 효과로 ▲블록체인‧생체인증 등 다양한 신기술 전자인증수단 확산 ▲핀테크‧전자거래 등 혁신적 비즈니스 활성화 ▲액티브X 없는 편리한 인터넷 이용환경 개선에 따른 국민 불편 해소 등을 꼽았다.
정부는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 부분과 관련해 모든 규제를 풀고 국제기준에 맞게 하라”고 지시한 이후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서제도 폐지를 추진해 왔다. 당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그대’에 나왔던 ‘천송이 코트’를 중국인들이 한국 쇼핑몰로 접속해 구입할 수 없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 핀테크업체, 대출심사 등 최대 2년 수탁 허용...고객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이용 시범사업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개발한 핀테크 업체가 대출심사나 예금계약 등 업무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지금까지는 대출이나 예금 등 기존 금융업의 본질적 요소를 포함하는 업무는 제3자에 위탁할 수 없었다. 정부는 금융사가 핀테크 업체 등 지정대리인에게 본질적 금융업무도 최대 2년간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예를 들어 AI에 기반을 둔 대출심사 서비스를 개발한 업체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심사 업무를
수탁해 대출심사를 수행할 수 있다.
정부는 신생 핀테크업체들이 이같은 업무 위‧수탁을 이용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혁신적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고객정보와 관련된 시스템도
클라우드를 이용해 시범사업(안전성 테스트)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고객정보와 관련이 없는 상품개발, 경영지원 등의 시스템만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온라인 금융상담사)와 온라인으로 투자일임계약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온라인) 투자일임계약이 지금까지는 불가능했지만 영상통화를 통한 설명의무를 이행하거나 거래기록 축적 및 최소자본금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온라인 투자일임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규제완화가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자산관리서비스 대중화와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회사 등이 보유한 개인정보(거래기록)를 해당 개인이 내려받아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정부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편리하게 내려받아 자유롭게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중으로 실시하고 본인정보 활용 지원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조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대상 업종과 투자한도도 확대키로 했다. 업종제한 규제 때문에 좋은 창업 아이디어라도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업종제한 규제가 완화되면 근로자 20인 미만의 음식점업이나 이‧미용업 등도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투자경험이 풍부한 일반투자자는 적격투자자로 분류해 연간 기업당 1000만원, 총 2000만원까지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투자자의 크라우드펀딩 투자한도는 연간 기업당 500만원, 총 1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