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패션 시장은 ‘구찌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찌는 단순히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패션 현상으로 패션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구찌는 구글과 리스트 등 주요 온라인 검색 플랫폼에서 1위를 휩쓸며, 올해 세계인이 ‘가장 입고 싶어한’ 패션 브랜드임을 입증했다.

쇼핑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가 발표한 2017년 연례 패션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구찌는 올해의 브랜드, 트렌드, 제품 등 주요 검색 항목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구찌는 구글 검색에서도 패션 검색 건수 1위를 차지했다.

구찌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 전략 때문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부진을 겪던 구찌는 2015년 무명 디자이너였던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Creative director)로 발탁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구찌는 우아하고 고상한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화려하고 톡톡 튀는 ‘긱 시크(geek chic 컴퓨터와 기술 마니아들의 괴짜 패션)’ 패션을 선보였고,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판매 전략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구찌 매출의 절반 이상은 25~35세의 밀레니얼과 Z세대가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업계가 불황에 고전하는 가운데에도 구찌는 지난해 매출이 17% 신장했고, 올해 3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구찌의 옷과 액세서리로 무장한 힙합 아티스트 비와이

올해 검색 패션 브랜드 순위에서 1위 구찌에 이어 포에버21이 2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발렌시아가, 베트멍, 프리피플, 생로랑, 나이키 등의 순이었다. 초저가 패스트 패션을 지향하는 미국 SPA 브랜드 포에버21이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는데 구찌와 디자인 도용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인 것도 한몫했다.

발렌시아가, 베트멍 등 길거리 풍의 패션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명품도 상위권을 지켰다. 구찌와 같은 케링 그룹 소속의 발렌시아가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상식을 깬 패션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었다. 특히 이케아의 1000원짜리 쇼핑백을 차용한 200만원대 가죽 가방은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브랜드의 검색 빈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반면 프라다,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 전통적인 인기 명품들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가장 많이 검색된 핸드백 부문에서도 구찌는 마몬트 백(1위), 디오니소스 백(5위) 등 두 개 제품을 상위권에 올렸다. 이들 제품의 선전으로 구찌 핸드백의 올 상반기 미국 매출이 595% 증가했다. 2위는 J.W앤더슨의 피어스, 3위는 클로에 나일, 4위는 컬트 아이아 아크가 꼽혔다. 명품 가방의 대명사인 샤넬과 프라다 등은 순위에 들지 못했다.

신발 부문에서는 슬리퍼와 블로퍼(bloafer·뒤가 트인 단화), 양말 부츠 등 격식 없이 신는 편한 신발이 인기를 끌었다. 1위는 구찌의 꽃무늬 슬리퍼, 2위는 지방시 로고 슬리퍼가 차지했으며, 3위는 올해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베트멍의 양말 부츠가 올랐다.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핸드백 1위에 오른 구찌 마몬트 백

트렌드 검색에서도 구찌(Cucci-ish·구찌스러움)는 3500만 건 이상 검색되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큼직한 꽃무늬와 뱀 무늬 등 화려한 자수와 장식, 녹색과 빨간색 줄무늬 등 구찌를 대표하는 패션 단어들이 많이 검색됐다. 브랜드 자체가 트렌드가 된 것이다.

2위 역시 구찌가 즐겨 사용한 로고 패션이 차지했다. ‘로고는 숨겨야 고급스럽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올해 구찌, 발렌시아가, 생로랑 등이 로고 패션으로 인기를 끌었다. 로고 패션의 유행은 챔피언, 휠라, 카파 등 한물간 스포츠 브랜드의 부활을 이끌기도 했다. 이들 스포츠 브랜드의 검색률은 전년 대비 460% 증가했다. 여성 해방과 정치적인 메시지 등을 담은 슬로건 패션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슬로건 패션 관련 검색량은 105% 늘었다.

한편 리스트 연례 보고서는 120개국 8000만 명 구매자들의 1억 건이 넘는 검색을 추적해 만든 것으로 온라인 패션 쇼핑 패턴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