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하나투어의 센터마크호텔은 올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1% 줄어든 39억원에 그쳤다. 객실 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 82.6%에서 올해 78.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투어의 마크호텔도 160억원 매출에 4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투어는 2012년 센터마크 호텔을 개관하며 호텔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명동에 개관한 티마크그랜드호텔명동 등을 포함해 국내 3개, 해외 2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대부분이 3~4성급 비즈니스호텔로 당시 급증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를 겨냥했다. 자사가 운영하는 SM 면세점과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시너지 등을 노렸다. 그러나 올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북핵 위기가 발생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호텔 간 경쟁 과열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휘청거리는 호텔업계
3~4년 전만 해도 객실 부족을 걱정했던 호텔업계가 최근 객실 과잉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호텔 객실은 최근 5년 사이 40% 급증한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호텔 수는 2012년 683개(객실 수 7만4737개)에서 지난해 971개(10만9880개)로 42%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은 2012년 객실 부족 현상이 문제가 되자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호텔 수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당시 명동의 3성 호텔 숙박비가 20만원대, 객실 점유율은 90% 중반대를 오르내릴 정도였다. 최근 몇 년간 도심에서 급증한 3~4성급 비즈니스호텔들이 이 법 덕분에 생겼다. 이 법은 당시 국책연구원 등이 "2018년에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명 온다"고 전망한 것을 근거로 했다.
문제는 마냥 증가할 줄 알았던 외국인 관광객이 2015년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로 한풀 꺾인 데 이어, 올해는 사드와 북핵으로 1200만명(예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최대 호텔인 롯데호텔도 올 1~3분기 매출(숙박부문)이 지난해보다 4.4% 줄어든 5064억원, 영업적자는 2배인 9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조선호텔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 줄어든 4527억원, 분기 순손실은 2배인 194억원을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 악재까지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5년간 새로 문을 연 호텔 288개 가운데 193개가 서울과 제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151개에서 280개로 85% 급증했다. 제주도는 2012년 54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118개로 2배 넘게 늘었다.
악재(惡材)가 하나 더 생겼다. 최저임금 인상이다. 4성급 이하 호텔들은 기본 급여가 낮은 정규직 직원이 많고, 용역서비스 의존 비중이 높은데, 이 두 비용이 모두 상승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직원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안 그래도 힘든 4성급 이하 호텔들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몇몇 호텔은 영업적자가 심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파산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오느냐 마느냐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이 성공해 호텔업계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오익근 계명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호텔업계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론적으로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며 "북핵 등의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