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에 기여할 거라는 기대는 전혀 안 했지만 사실상 한번도 사용한 손님을 못봤어요. 비트코인 결제 단말기 제조회사나 비트코인 사용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전화가 옵니다. 법정화폐가 안될 것이라는 말이 많으니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접을까 싶습니다.” (경남의 한 비트코인 취급 상점)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시스템을 갖춰놓아도 사용자가 많지 않고, 등락 폭이 커서 더이상 결제를 받지 않는 일도 부지기수다.
비트코인 오프라인 사용처를 알려주는 ‘코인맵’에 따르면 비트코인으로 결제가능한 국내 업체는 150곳이다. 랍스타, 킹크랩을 파는 해산물 포차부터 아니라 옷가게, 치과, 한의원까지 가능하다고 등록돼 있다.
20일 조선비즈가 코인맵의 비트코인 결제 가능 매장을 조사한 결과, 현재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분당의 블루스엘리 관계자는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 적도 없고, 앞으로 할 마음도 없는데 왜 코인맵에 등록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비트코인 결제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나와있는 밸런스버거도 “가상화폐 결제는 금시초문”이라며 “처음부터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적도 없고,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알려진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접었다는 업체들도 상당수였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호텔 관계자는 “과거에 직원 중 한 명이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어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보자고 했는데, 그 직원이 관둬서 그만뒀다”며 “등락폭이 커서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더이상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페 크라비앙코 관계자는 “가상화폐 결제는 현금이나 카드 결제가 아니라서 POS단말기를 통해 거래내역을 관리하기 어렵다”며 “실제 결제는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결제를 받고 있는 상점 중에서는 한번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사람이 없었다거나 결제 시스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곳도 많았다. 2014년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받았다는 업체 3곳은 “3년이 넘도록 비트코인 결제자가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 패션쥬얼리·결혼예물 전문점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70개 매장 중 20개 매장에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을 마련해놨는데 전 매장을 통틀어 사용하는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와인바 더 젤 매장 점원은 “QR코드나 가상화폐 지갑 주소로 전달받는데 편리성은 거의 없다”며 “오래 걸릴 때는 30~40분까지 걸리기 때문에 아주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승원 한양내과 원장은 “QR코드로 비트코인을 전송받고 있는데 30분정도 걸려서 환자를 믿고 집에 보내는 편”이라며 “현재 비트코인 결제 수수료는 4000원 정도로 일반 감기 진료비와 비슷하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가상화폐거래소 HTS코인은 오는 24~25일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고투몰) 620개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HTS코인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큰 편인데 앱을 설치한 뒤 QR코드를 찍고 결제가격을 누르면 바로 결제가 가능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다만 HTS코인이 아닌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타거래소 사용자들의 경우, 빠르면 12~15분에서, 늦으면 8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수수료는 5%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