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자기자본 20억원과 금융업자 수준의 정보보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자율규제안이 나왔다.
거래소들은 투자자의 원화 예치금 10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가상화폐 예치금의 70% 이상을 오프라인 상태의 별도 외부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거나 제명된 거래소는 은행 신규 가상계좌 발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자율규제안은 지난 9월 정부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의 권고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은행권의 검토 의견도 반영됐다.
협회 준비위에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16개사)와 블록체인 스타트업(20개사), 공공기관(4개사) 등 총 4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협회는 1월 20일 전후로 발족할 예정이다.
15일 발표된 자율규제안의 주요 내용은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 장치 마련 ▲신규 코인 상장 프로세스 강화·투명성 제고 ▲본인 계좌 확인 강화·1인 1계좌 입출금 관리 ▲오프라인 민원센터 운영 의무화 ▲거래소 회원 요건 강화 ▲임직원 윤리 강화 ▲독립적인 자율규제위원회 구성 등이다.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자기자본을 20억원 이상 보유하고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 시스템과 정보보호 인력·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거래소는 원화 예치금 100%를 금융기관에, 암호화폐 70% 이상을 콜드 스토리지에 의무 보관하기로 했다. 콜드스토리지는 암호화폐를 오프라인에 보관하는 것으로 해커들로의 공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거래소는 고유재산과 교환유보 재산을 분리해 보관하고,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로 자산관리 상황을 공시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거래는 내년 1월 1일부터 본인 계좌 1개로만 거래할 수 있다. 은행은 이용자의 이름, 은행 계좌 등 정보를 확인하고, 본인 계좌에서만 입·출금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은행은 NH농협, KB국민, IBK기업, KEB하나, 신한, 광주은행 등 6개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거나 제명된 거래소는 계좌 발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은행들은 규제안을 지키지 않으면 일반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금융보안원 등은 협회사라고 하더라도 연 1회 이상 실사를 통해 입출금을 차단하거나 예치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암호화폐 신규상장도 더욱 엄격해진다. 협회준비위는 신규 코인 상장 프로세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코인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신규 코인 상장 평가정보와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전세계 규제를 많이 살펴봤지만, 다른 나라 정부 규제와 자율규제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와 거래 투명성을 담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빗썸, 코빗, 코인네스트 등 암호화폐 거래소 14곳은 이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이날 공동선언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 과열 해소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과 광고를 당분간 중단한다”며 “신규 상장 코인도 당분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