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고폰 가격을 공시하는 제도를 만든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널뛰기식이던 중고폰 가격이 안정화되고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단말기 자급제’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업자 모임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중고폰 시세를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제도를 준비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관련한 내년도 예산을 KTOA에 배정키로 하고, 중고폰 업체들을 불러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 운영에 관한 의견을 받고 있다. KTOA의 주요 회원사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쯤에는 중고폰 시세와 거래상 주의사항 등의 정보가 KTOA가 운영중인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스마트초이스는 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과 미환급급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KTOA가 만든 통신 서비스 홈페이지다.
그동안 중고폰 시세를 파악하기 위해선 특정 중고폰 판매업체들이 지정한 가격을 찾거나, 중고물 판매 커뮤니티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참고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통합된 하나의 공시 채널없이 중고폰 시세가 여러 곳에서 게시 되다보니 동일한 기종의 중고폰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중고폰 업체 관계자는 “중고폰 시세에 대한 정보가 공시되고 소비자들이 이를 참고할수 있다면 중고폰 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고폰 거래가 활성화하면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 압박요인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고폰 업체 관계자는 “중고폰 시세나 민감한 정보가 공개되면 소비자한테는 유리하고 중고폰 사업자한테는 불리하다”면서도 “침체된 중고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 도입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중고폰 가격 공시 제도가 도입되면 단말기 자급제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단말기 자급이란 소비자가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단말기를 구매해 통신사 유심(USIM)을 꽂고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단말기 자급제 시장이 비활성화한 나라로 국내 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5%만 단말기를 직접 구매한다.
최근 국회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등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하는 법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단말기 제조사들과 대량 실직 사태를 우려하는 이동통신 유통점들의 반대로 도입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고폰 거래가 활성화 되면 미국이나 중국처럼 단말기 자급제 시장 규모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 국장은 “중고폰 거래 활성화도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한 방법”이라며 “이번 제도가 실시되면 소비자 스스로 단말기를 조달하는 자급제 시장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